(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혹시 '만인제사장 교리'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32문은 모든 성도가 제사장, 왕, 선지자로 부름받았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이 목사나 장로, 집사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제사장적 삶을 살지만, 모든 사람이 성찬을 집례할 수 없고, 모든 성도가 왕으로 죄와 세상과 싸워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교회 안에서 권징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성도가 선지자로서 복음을 증거해야 하지만, 모든 이가 공적으로 말씀을 선포할 수는 없습니다. 

주님은 교회 안에 다양한 직분을 세우셔서 서로 다른 은사와 사역으로 하나의 몸을 이루게 하셨습니다.교회의 직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먼저 교회가 처음 세워질 때 주어진 한시적 직분인 '창설직원'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 직접 부름받았고, 부활을 목격했으며, 성령의 능력으로 교회의 기초를 세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교회의 기초가 완성되면서 끝났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 안에 항상 있어야 하는 직분이 있습니다. 이것을 '항존직(恒在職)'이라 하며, 교회법은 "교회에 항존할 직원은 목사와 장로와 집사"라고 가르치고, 권사는 이에 준하는 직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항존직이란 평생직을 뜻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존직이란 "교회에 항상 존재해야 하는 직분"을 말할 뿐, "한번 받으면 평생 유지되는 자리"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법은 시무정년을 70세로 정합니다.

이는 직분이 지위나 권한이 아니라, 주님이 맡기신 섬김의 한시적 사명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교회 안에서 직분이 오해되고 때로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직분을 계급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집사세요?"라는 말 속에는 장로나 권사가 더 높은 자리라는 세속적 인식이 스며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직분의 높고 낮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 동역자들이며, 각자 맡은 역할을 통해 섬깁니다.

직분은 권력이 아니라 섬김의 자리요 은혜의 통로입니다. 직분을 통해 교회가 세워지고, 섬김을 통해 주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놀라운 역사가 우리 교회 안에 날마다 풍성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