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위하여'란 기치로 복음적이고 실제적인 신학을 지향하는 미드웨스턴 한국부는 지난 9월 8일 저녁 8시(미국 중부시간) ACTS의 김규섭 신약학 교수를 초청해 "히브리서 해석의 전환점과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친 심도 있는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에는 120여 명이 참여했으며,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은 첨예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학술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기존의 해석은 히브리서를 주로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에 집중해 이해해 왔다. 그러나 김규섭 교수는 히브리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제의 사역—곧 언약 갱신 제의와 대속죄일 제의—과 상속 개념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하며,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통치권이 성도들과 공유되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접근은 히브리서를 단순히 관념적 텍스트로 읽는 데서 벗어나,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이도록 인도한다고 그는 제언했다.

전통적으로 학계는 히브리서의 목적을 ‘열등한 유대 제의와 우월한 그리스도의 제의의 대조’에 두어 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에 이견을 제시한다. 그는 히브리서가 천상 성전에서 이루어진 그리스도의 제의를 단순히 개인적 죄 사함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 전체를 위한 공동체적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이 만물을 상속받고 등극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히브리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제의는 개인적 죄 사함에 머무르지 않고 만물의 회복을 지향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히브리서 9장의 성막 언어는 ‘광야 내러티브’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존 학계의 논쟁을 개괄했다. 일부 학자들은 히브리서 9장의 성막(σκηνή)이 예루살렘 성전을 포함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학자들은 지상 성막과 하늘 성막의 대조를 강조하면서 이를 구약의 레위 제사가 신약의 그리스도의 제사로 대체되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본다. 최근에는 이 대조가 신적 임재에 접근할 수 없음과 가능함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해석들만으로는 왜 히브리서가 ‘하늘 성전’이 아니라 굳이 ‘하늘 성막’을 언급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제사장적 사역의 무대를 성전이 아닌 하늘 성막(8:1–2; 9:11)으로 묘사한다. 만약 저자가 단순히 구약 제사의 무효성이나 신적 임재 접근의 불가능성을 강조하려 했다면, 성전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히브리서 9장의 성막 언어를 ‘광야에서 약속의 땅을 기다리는 하나님의 백성’(wartendes Gottesvolk)이라는 내러티브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히브리서 9장의 성막 언급은 히브리서 3–4장에 나오는 약속의 땅 입성을 기다리는 백성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히브리서 9장이 단순히 정결이나 임재 접근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영원한 유업’(9:15)이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히브리서 9:28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 구절은 그리스도의 두 번의 나타나심을 대조하면서, 첫 번째는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기 위해”, 두 번째는 “죄와 상관없이 자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구원을 주시기 위해” 나타나신다고 기록한다.

김 교수는 히브리서 9:1–14를 세밀히 분석하면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히브리서 9:1은 예레미야 31장을 인용한 직후(히 8:8–12)에 이어 나오며, 이는 출애굽 사건(특히 8:9)을 환기시킨다. 둘째, 히브리서 9:2–5에서 묘사된 성막 기구들(등잔대, 진설병 상, 금향로, 언약궤, 만나를 담은 금항아리, 아론의 싹 난 지팡이, 언약의 돌판)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광야 성막을 충실히 재현한다. 셋째, 히브리서 9:9–10은 광야 성막과 관련된 의식의 한계를 회고적으로 성찰한다.

아울러 그는 히브리서 9:15–28에서 사용된 διαθήκη(언약·유언)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약속된 유업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쓰였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9:16–17의 유언 언어는 그리스–로마 법의 관습을 배경으로, 유언자가 죽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원리를 적용하여 그리스도의 죽음이 어떻게 약속된 유업을 확증하는지를 설명한다.

김 교수는 또한 『희년서』(Jubilees) 6–7장을 비교 자료로 제시하며 새로운 통찰을 더했다. 『희년서』에서 노아의 제사는 땅을 위한 속죄 제사로 재해석되며, 이는 언약 갱신 의식과 결합해 땅의 회복 조건으로 제시된다. 히브리서 9장 역시 이와 유사하게 그리스도의 제사를 언약 갱신(십자가 죽음)과 속죄일 의식(하늘 성소의 사역)을 결합된 하나의 제사로 묘사하면서, 그로 인해 하나님의 백성이 약속된 유업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히브리서 12:28의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은즉”이라는 표현을 단순히 하나님 나라에 들어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왕권 수여를 의미하는 즉위 언어라고 강조했다. 헬레니즘과 초기 로마 비문에서 “παραλαμβάνω + βασιλεία”는 일관되게 왕위 계승이나 즉위를 나타낸다. 따라서 히브리서는 하나님의 백성이 그리스도와 함께 왕권을 받아 공동 통치자로 묘사된다고 결론지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김 교수는 “히브리서가 성전이 아닌 성막을 언급하는 이유는 저자가 하나님의 백성을 광야 세대의 내러티브 안에 두려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광야에는 성전이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성막만 있었다. 따라서 히브리서 9장은 단순히 레위 제사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광야 세대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는지(3:11), 그리고 반대로 왜 현재의 하나님의 백성은 약속된 유업을 받을 소망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새 언약을 기초로 하늘 성소에서 그들의 유업을 확증하는 제사를 드리셨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은 히브리서의 제사장 주제와 유업 주제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학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을 단순한 죄 사함의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백성이 누릴 왕적 유업 상속이라는 종말론적 비전과 연결시킨 점은 히브리서 연구에 중요한 기여로 평가된다.

참석자들은 김 교수의 발표가 히브리서의 복잡한 신학적 주제들을 하나의 일관된 내러티브로 엮어내는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광야 성막과 하늘 성막의 대조를 통해 오늘의 교회가 약속의 성취를 기다리는 ‘광야의 백성’임을 자각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리스도를 통해 확실한 소망을 지닌 백성임을 강조한 점이 목회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미드웨스턴 침례신학교는 남침례회(SBC) 산하 여섯 개의 신학대학원 가운데 하나로 북미 주류 신학교의 학위를 인가하는 ATS (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와 미국 내 종합대학교의 학위를 인가하는 최고 인가기관인 HLC (Higher Learning Commission)에 정식 인가되어 있다.

현재 미드웨스턴 한국부는 한국어로 제공하는 학위 과정 가운데 북미 최대 규모이며 최고의 질적 수준의 강의로 정평이 나있다. 신약학 철학박사, 성경사역학 철학박사, 교육학 박사, 교육 목회학 박사, 목회학 박사 과정과 목회학 석사 과정을 비롯한 교육학, 예배학 등의 다양한 석사과정으로 수학이 가능하다. 미드웨스턴 입학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학교 웹사이트(www.mbts.edu/ks)를 통하거나 김동규 팀장(이메일: ks@mbts.edu; Tel.: 816-414-3754)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