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월요일에 있을 예배설교학 수업에 설교할 여자 목사 한 명의 설교문이 전체 단톡방에 올라와서 원고 내용을 분석했다. 본문은 고후 2:12-17절이다. 원고는 미리 받아서 분석비평을 끝내고, 월요일 해당 설교자가 설교하거나 설교 영상을 틀어줘서 다 듣고 나면 앉아 있는 제자 전도사와 목사들이 돌아가면서 분석 비평하는 시간을 갖는다. 설교의 원고 내용은 물론 시연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들은 설교의 장단점을 나눈다.

[2] 학생들의 분석이 끝나면 내가 원고부터 스크린에 띄워서 분석 비평한 내용을 알려준다. ‘띄어쓰기’와 ‘오타’까지 교정하고, 국어학적으로 논리가 맞는지 성경 본문의 내용과 핵심 메시지가 충실히 반영됐는지, 적절한 예증이나 예화가 사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적용이 제시되어 있는지, 아울러 설교 전달 시의 장점과 문제점 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곤 한다.
이 시간이 설교한 제자들에겐 가장 실제적이고 유익한 순간이다.

[3] 오늘 제자가 올린 설교문의 핵심 구절은 고후 2:15-16절이다.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
바울이 당시 ‘로마의 개선식 장면’을 보고 영적인 진리를 담아서 전한 말씀이기에, 로마의 개선식 장면을 이해해야 저자의 원 뜻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4] 당시 로마의 군사들이 세계 곳곳을 점령하러 다녔는데,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황제와 원로원의 승인 아래 승리한 장군과 군사들을 위한 퍼레이드를 펼치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개선식에는 맨 먼저 제사장들이 향을 들고 앞장서고, 다음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머리에 월계관을 쓴 채 백마를 타고 뒤따르고, 그 뒤엔 전리품들이 뒤따르고, 그 뒤엔 포로로 잡혀 온 적장과 적군들이 뒤따르고, 그 뒤엔 승리한 로마군이 뒤따르는 순으로 되어 있다.

[5] 이때 제사장들이 들고 가는 향의 냄새를 맡은 시민들이 로마 시내 곳곳에서 하던 일을 멈춘 채 뛰쳐나와서 “이겼다. 또 이겼다!”를 외치면서 로마의 장군과 군사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이때 제사장들이 들고 가는 향의 냄새는 이중적인 성격을 띤다. 전쟁에 승리한 로마 군사들과 시민들에겐 그 향의 냄새가 ‘승리의 냄새’이지만, 포로로 잡혀가는 적국의 장군이나 군사들에겐 ‘사망의 냄새’가 된다.

[6] 그걸 16절에선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제사장들이 든 ‘향’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가 3일 만에 부활하신 장군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의 복음을 온몸으로 전하는 바울과 같은 ‘그리스도인들’을 뜻한다.

[7] 그걸 15절은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만나는 누구에게나 전해야 할 사명자가 바로 앞서 믿은 그리스도인들이다. 입술과 말로만으로 전하는 건 소용이 없다. 일상에서 삶과 인격으로 그리스도의 사람다운 향기를 발해야 한다. ‘복음’이라는 ‘메시지’(Message)도 소중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도구인 ‘메신저’(Messenger) 역시 무시할 수 없다.

[8] 아무리 존귀한 메시지가 이따 하더라도, 그것을 전하는 이의 삶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가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마저 덩달아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내가 전하는 천하보다 귀한 복음이 나 자신의 허물과 부족함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멸시 천대받게 된다면, 그보다 더 죄스럽고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기 위해서 구린내 풍기는 삶을 오늘부터 청산해야 한다.

[9] 지금, 이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가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던 밝은 세상이 아니라 아주 캄캄한 밤이 되고 말았다. 이런 때일수록 믿는 자들이 더욱 빛과 소금답게 잘 살아야 하고, 어두운 곳에 빛이 되고 구린내 나는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 캄캄한 밤이라고, 짙은 어두움이라고 절망하지 말자.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증거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악취 나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다 보면 밝은 새벽은 꼭 오리.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