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 히브리서 11장 3절
1. 인간의 가장 깊은 질문, 그리고 과학의 열망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깊고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보이는 물질을 가능케 하는 힘은 무엇인가?”, “존재의 기초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과학만의 것이 아니라, 철학과 종교가 수천 년간 고민해온 근본적 질문입니다.
그 가운데 2012년, 전 세계 과학계에 충격을 안겨준 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40년간의 실험 끝에 존재가 예측되었던 한 입자를 찾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힉스 보손(Higgs Boson)’, 세간에서는 ‘신의 입자(God Particle)’라고 불리는 미지의 존재였습니다.
이 입자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물질 세계의 가장 깊은 뿌리와 질서, 나아가 창조의 기초에 대한 질문에 닿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과학의 여정이, 기독교 신앙이 전해 온 창조주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오늘 이 칼럼의 주제입니다.
2. 힉스 입자란 무엇인가 – 질량의 근원을 찾아서
우리는 흔히 물질이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표준 물리 이론에 따르면 입자들은 본래 질량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전자나 쿼크 같은 기본 입자들은 본래 ‘무게’가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아는 세계—의자, 책상, 사람, 지구—가 이처럼 무게를 지닐 수 있을까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이론적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힉스 장(Higgs Field)’과 힉스 입자입니다.
힉스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공간은 보이지 않는 일종의 필드로 가득 차 있으며, 이 필드 안에서 입자들이 ‘마찰’을 겪으며 질량을 얻게 됩니다. 힉스 입자는 그 필드를 구성하는 입자의 실체입니다. 이는 마치 공기 중을 지나갈 때 저항을 받는 것처럼, 입자들이 이 힉스 장 속에서 저항을 받으며 ‘질량’을 갖게 되는 원리입니다.
결국, **힉스 입자는 “존재가 존재답게 되는 데 필요한 핵심 연결고리”**인 셈입니다. 보이지 않는 질서와 구조가, 보이는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이론은,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신비의 경계에 다가왔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3. 과학이 마주한 미지의 경외 — 질서, 아름다움, 그리고 창조주
이제 질문해봅시다. 왜 모든 입자는 동일한 힉스 장 속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지는가? 왜 우주는 그렇게 미세하게 조율되어 있는가? 왜 우주 상수, 중력의 세기, 힉스 필드의 크기 등은 ‘우연히’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딱 그 조건에 맞춰져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오늘날 과학계에서도 ‘우주 미세조정(Fine-Tuning)’이라는 논의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주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질서 정연하게 조율되어 있다. 이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라운 수수께끼이다.” 그렇다면 이 정교한 조율과 존재의 미학은 과연 ‘우연’일까요? 아니면 어떤 의도된 ‘설계’일까요? 성경은 우리에게 한 가지 답을 줍니다.
“그가 명령하신즉 그것이 생기고, 그가 말씀하신즉 그것이 견고히 섰도다.” (시편 33:9)
4. 힉스 입자와 하나님의 말씀 — 존재의 언어와 빛
요한복음 1장은 우주의 근원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요 1:1~3)
놀랍게도, 힉스 이론이 말하는 ‘모든 입자에 동일하게 퍼진 힉스 장’은 성경이 말하는 말씀의 능력,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하나님의 창조적 질서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있게 했다.” 이 고백은 단지 신앙 고백이 아닙니다. 오늘날 입자 물리학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필드”가 “보이는 물질”을 형성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필드가 존재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힉스 이론의 핵심이며, 동시에 성경적 창조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5. 신의 입자가 말하는 것 — 과학과 신앙의 접점
세상은 자주 과학과 신앙이 대립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은 언제나 신앙의 경외심을 자극합니다. 진리의 탐구는 창조주를 향한 경탄으로 이어집니다. ‘신의 입자’라 불린 힉스 보손은, 역설적으로 그 자체로 신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입자가 지시하는 질서, 구조, 미세조정, 통합성은, 누군가가 이 우주를 목적과 계획 아래 세우셨다는 증거가 됩니다. 과학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하나님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힉스 입자야말로, 그 가리킴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마무리하며 – 창조의 흔적을 읽는 우리에게
기독교인은 결코 과학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학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세계의 정교함을 발견하게 해주는 은혜의 도구입니다. 우리는 힉스 입자라는 현대 과학의 정수 앞에서, 인간의 지성으로 하나님의 경륜을 엿보는 놀라운 감격을 경험합니다.
이 우주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질량이 있고, 빛이 있고, 구조가 있으며, 법칙이 존재하는 이 세계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된 것임을 힉스 입자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오늘도 과학은 우주의 비밀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창조주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시편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