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오늘 학부 화요 채플에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한 목사님이 강사로 섰다. 부산 구덕교회의 담임인 ‘이종훈 목사’라는 분인데, 우리 학교 신학과 93학번 졸업생이고, 24년 만에 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보통은 외부 강사가 와서 설교를 하면 집중도가 낮은 편인데, 오늘은 시작부터 나를 비롯한 모두가 그 설교에 빨려 들어가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폭소에 폭소가 연발되면서 흥미롭게 설교를 듣게 되었다.

[2] 설교를 마치고 나자 교수들부터 채플 역사상 최고의 설교였다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도 모두 밝은 모습으로 채플실을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교수로 사역한 지 13년째인데, 지금까지 채플 설교 중 최고로 집중도와 몰입도가 높은 설교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어떤 설교를 했기에 그런 놀라운 반응이 나왔을까 궁금할 것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 이종훈 목사는 1993년 우리 학교에서 신학교육을 받는 초기부터 모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중고등부를 담당했는데, 전도사 경력 3개월 만에 기적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자기가 맡은 중고등학생이 5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부끄러운 나머지, 심기일전해서 여름 수련회에는 꼭 성령의 은혜와 능력을 받도록 해야겠다 굳게 마음 먹었다.

[4] 그래서 성령의 역사가 많이 나타나는 기도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방언도 받고 깨지기를 바랐는데, 성령의 능력으로 깨지기는커녕 도리어 뛰어놀다가 기도원 식당 찬장을 깨뜨려서 배상해주는 일이 생겨나고 말았다고 한다. 이쯤 되니 마음에 목회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대로 신학을 마치고 목회를 하면 하나님 나라를 훼손하고 교회도 망쳐버릴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퇴하고 군대나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한다.

[5] 그러던 어느 날, 자퇴해야겠다 생각하고 학교에서 눈물로 회개하면서 자퇴서를 썼다고 한다. 자기처럼 무능한 사람은 하나님 나라와 한국 교회를 위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자퇴서를 써서 교무과에 제출하러 나섰다. 교무과로 가던 길에 조그마한 운동장이 있는데, 거기서 동기 몇 사람이 야구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하는 야구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 갖춘 장비도 없이 게임을 했다고 한다.

[6] 구부려서 만든 음료수 캔을 공으로 던지면 공사장에 나뒹구는 쇠파이프를 방망이 삼아 휘두르는 놀이였다. 그 게임을 지켜보면서 교무과로 걸어가는데, 한 친구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다가 놓치는 바람에 이 전도사의 뒤통수를 세게 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은 후 출혈이 심해서 양평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10센티를 꿰맸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길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던 자퇴서가 보이질 않았다.

[7] 간호사에게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했다 한다. 그렇게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며칠 후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쉴 겸 밖으로 나와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테라스 난간에 손을 기대놓은 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친구에게 자기는 한국 교회를 위해서 도움 될 일이 없으므로 학교를 그만두고 자퇴해야겠다고 말했다 한다.

[8] 순간 손등이 따끔해서 보았더니 커다란 지네가 자기 손등을 물고는 도망가버리는 것이었다. 원래 지네는 독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데, 손이 퉁퉁 붓더니 팔까지 독이 올라와서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양평 길병원에 가서 해독제를 맞은 후 팔까지 붕대를 감고 왔다고 한다. 머리에 붕대를 감았는데, 이젠 팔까지 붕대를 감은 진짜 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9] 그렇게 며칠을 지나면서 조금씩 몸이 나아질 때쯤 어느 날 아침이었다. F 학점을 받은 독일어 수업을 재수강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내키지 않아서 마침 자기처럼 수업 듣기를 싫어하는 친구 한 명과 학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산책하는 길에 공사 중인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을 지날 때 그는 친구에게 자기는 신학을 하면 안 되니까 자퇴할 거라는 얘기를 또 했다고 한다.

[10] 바로 그 순간, 거기 열어놓은 맨홀에 둘이 걸어가다가 한 사람이 빠지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는데, 하필이면 그게 바로 자기였다고 한다. 몸이 맨홀 구덩이에 빠지면서 옆구리를 세게 부딪쳤는데, 떨어지자마자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위에 있던 친구가 사람들을 불러서 땅 위로 끌어올려 바닥에 눕혀놓았는데, 숨이 막혀 곧 죽을 지경이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인공호흡을 하려는 순간 그의 숨이 돌아왔다고 한다.

[11] 사람들은 더 큰일이 발생하기 전에 서둘러 그를 양평 길병원으로 또 데려갔다. 일주일 만에 세 번째 같은 병원에 실려 가니, 간호사가 놀라면서 자기 이름을 기억하더라는 것이었다. 거기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서 학교 기숙사로 되돌아왔다. 친구들이 유별나게 친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옆구리에 붕대를 감아줘서, 머리에도 붕대, 팔에도 붕대, 옆구리마저 붕대로 감긴, 미이라처럼 되었다고 한다.

[12] 그 세 번의 사건을 경험한 이후 그는 하나님이 너무 두려워서 다시는 '자퇴한다'는 말을 못 꺼내고 공부를 하다가, 졸업을 하고 목사가 되어 지금까지 왔다고 고백했다. 우리 하나님 뒷끝 장난 아니다.
본문 말씀은 갈 6:9절이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부족하고 둔하고 못나도 하나님이 불러주셨으면,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차게 나아가자'로 설교를 마무리 했다.

[13] 이종훈 목사의 설교 한 편에 교수와 학생 모두가 매료되었다. 채플 후 교수 식당에서 교수들끼리 좀 전에 들은 설교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모두가 기억에 남을 설교라 칭찬할 정도로 행복을 준 설교였다.
모두가 '지금까지 설교 중 제일 좋았다'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았다. ‘짧고 쉽고 재미있는 내용’에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예화’, 그것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흔치 않은 본인의 실제 경험'을 들려주었기에 집중도가 높고 감동도 컸던 것이다.

[14] 그렇다. 설교는 우선 영적 자양분이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들려야 한다. 안 들리면 소용이 없다. 청중들에게 들리게 하려면, 재미도 있어야 하고, 쉽기도 해야 하고, 감동도 줘야 한다. 한 번 듣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감동과 도전과 변화를 줄 정도로 돋보이는 설교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아주 오랜만에 '설교 한 편이 이렇게 사람들을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나도 늘 그렇게 설교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