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밤 11시 11분, 모로코 아틀라스 산악지대 부근에서 강도 6.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120년만에 모로코 남서부를 강타한 이번 지진으로 현재 2,946명이 목숨을 잃었고, 6,674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진 발생 3일이 지나도록 구조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진으로 무너진 지역이 대부분 점토 벽돌로 건물을 지은 탓에, 무너진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기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던 한 젊은 여인이, 이웃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여인은 혼자 6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젊은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일을 갔다 오는 사이 온 마을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얼마나 황망했을까요? 얼마나 간절하게 그 무너진 건물 잔해 속을 헤매고 다녔을까요?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흙더미를 헤치고 헤쳐봤지만 결국 아이와 부모님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웃 리비아의 상황은 더욱 처참합니다. 지난 10일 리비아를 휩쓸고 간 열대성 폭풍 대니얼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6천 명의 사망자와 최대 2만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외신은 사망자가 이미 만천 명이 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연 강우량이 20 mm에 불과한 사막 지대에 400 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린 결과입니다. 특히 2개의 댐과 4개의 다리가 무너진 리비아 항구 도시 데르나는 홍수와 함께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지역 주민의 15% 가량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5살, 16살 아이들까지 거리의 시체들을 묻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를 하던 한 남성이 울먹였습니다. 아직도 어리기 만한 아이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진 사체들을 수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염병을 우려한 지역 정부가 데르나 시를 사실 상 봉쇄하고 사체들을 아무렇게나 묻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어머니요, 누구의 아들인지 밝히지도 않고 백성들의 슬픈 마음 속에 묻고 있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수 많은 백성들이 이미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는데도 두 나라 정부는 이런 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의 원조를 거부하며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지진이 일어나던 날 프랑스 파리의 호화 저택에 머물고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유엔, 그리고 프랑스의 원조를 거부한 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2011년 카다피 독재 정권을 축출했던 리비아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수습은 커녕, 동서로 나뉘어진 채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며칠 전, 독일 구조대가 모로코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다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발생하는 여진의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그 땅을 탈출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지금도 그 땅을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면서도 세상 임금들은 정치 놀음에 여념이 없지만 우리 왕 되신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으로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재난 만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