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올해로 쉰여덟이 되었습니다. 해가 두 번만 지나면 저도 환갑이 됩니다. 어떤 분들은 환갑이 뭐 별거냐고, 아직도 창창할 때라고 하시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갑이 되면 잔치를 했습니다. 그 모진 세월을 잘 이겨냈다고 축하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나이가 된 것입니다. 세월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싶을 때가 많은 것입니다.
제겐 아들 셋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생일엔 혼자들 오지 않고 하나씩 달고 왔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는 얼마 전 프로포즈를 해서 약혼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양가가 만나 인사를 했고, 내년 초쯤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둘째와 셋째도 여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상이 그득했습니다. 큰 아이 약혼자가 만든 상을 받고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한테 장가갈 거라고, 엄마 아빠하고 평생 같이 살 거라고 떼를 쓰던 녀석들이 이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준 카드를 읽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특히 막내가 보낸 문자를 읽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어릴 때는 가난한 것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자기 보기에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해 보이는 아빠가 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지...이해하기가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을 택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채워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아빠가 고맙고, 무엇보다 크리스천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준 아빠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자기 믿음으로 서고 있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아이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며느리 될 아이가 저희 집 강아지를 보고 놀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What did you eat Sophie?" 강아지가 주둥이에 허연 것을 묻힌 채 입맛을 다시며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뛰어가서 확인해보니, 저녁 준비를 위해 싸온 재료 중에 버터 한 덩어리를 다 먹어 치웠습니다. 아마도, 자기만 빼고 모두들 맛있는 걸 먹고 있는 것을 보니 심통이 났던 모양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가 게우는 걸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세상에는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 욕심 부르지 말고, 우린 하나님이 주신 것만 먹자..." 그렇습니다. 욕심부리면 탈이 나는 것입니다. 주어진 인생을 살면서,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