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브로시우스는 감독이 되면서 전 재산을 팔아 나눔을 실천한 후 영적 개혁과 빈민 구제에 힘썼습니다. 그는 성경공부와 책 읽기에 힘쓰는 한편 구체적 삶으로 섬김과 나눔에 헌신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변방 고트족(Goth) 침입으로 수많은 난민이 밀라노로 몰려들자, 교회의 재정으로 난민 구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그러한 자선 행동에 성직자 그룹이 반발하자, 목회자의 참다운 사명이 사랑의 나눔임을 설파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암브로시우스는 교회사에 길이 남는 중요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암브로시우스가 남긴 많은 자료는 나눔의 축복을 혹은 나눔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그는 특히 부자들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며 부자들의 탐욕이 하나님 심판의 대상임을 강조합니다. 그의 가르침에 의하면 나눔이 경건입니다. 나눔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습니다.
암브로시우스의 삶을 후세에 전한 그의 비서 파울리누스는 "암브로시우스의 생애"라는 그의 책에서 암브로시우스가 끊임없이 금식하며 기도했다고 증언합니다. 금식과 기도로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던 암브로시우스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특별한 애정을 가졌다고 전합니다. 그의 삶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단출했다고 합니다.
철저한 헌신으로 분주한 삶을 살던 암브로시우스는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저작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교훈을 전할 때 자주 성경 인물에서 그 주제를 끌어내곤 했습니다. 예컨대 야곱에게서는 <야곱과 행복한 삶>을 통해서 행복을, 엘리야에게서는 <엘리야와 금식>을 통해 금식을, 토비야에게서는 <토비야 이야기>에서 고리대금업과 돈놀이를 주제로 발전시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얼마전 분도출판사에서 발행한 <나봇 이야기>를 주문해서 읽었습니다. 난해하지만 귀한 메시지를 품은 책입니다.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설교입니다. <나봇 이야기>는 헬라 교부들 설교에서 깨달음을 정리했답니다. 특히 대 바실리우스가 부자들의 탐욕과 불의를 비판하는 두 개의 설교 영향이 큽니다.
대 바실리우스의 두 설교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다룬 <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에 관한 설교>와 부자 청년 이야기를 풀어 설교한 <부자에 관한 설교>를 했습니다. 이 두 설교에서 다루는 메시지가 암브로시우스의 설교 <나봇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정글처럼 약육강식의 냉혹한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억눌린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이 부자들의 탐욕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강하게 지적합니다. 부자들의 금이나 값비싼 술들은 가난한 사람의 피라고 강하게 말합니다. 암브로시우스는 부자의 무절제한 누림을 죄악으로 간주했습니다.
나눔에 대한 암브로시우스의 생각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책이 <나봇 이야기>입니다. 나봇 이야기는 설교형식으로 저술되기는 했지만, 통상의 설교집 과는 다릅니다. 선포된 설교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암브로시우스가 독자들을 위해 이 작품을 저술했습니다. 이를테면 정리된 에세이 설교입니다.
<나봇 이야기>는 정확하게 언제 기록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엘리야와 금식>, <토비야 이야기>, <육일 창조> 등이 386년과 390년 사이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데 <나봇 이야기>도 그즈음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영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나봇 이야기>는 구약 열왕기상 21장의 북이스라엘 사람 '나봇'의 이야기입니다. 궁궐 가까이에 나봇의 포도원이 있었습니다. 아합이 나봇에게 포도원을 팔라고 합니다. 나봇은 조상들이 물려받은 기업을 팔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아합의 아내 이세벨이 이 이야기를 듣고 거짓 증인들을 세워 나봇을 돌로 쳐 죽이게 합니다.
<나봇 이야기>는 탐욕으로 하나님을 거역하고 악을 행한 부자와 권력자들의 심판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밀라노를 비롯한 로마 많은 지역에서는 부한 자들이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는 악이 횡행했습니다. 법적으로 합리화된 폭압과 착취는 부유한 자들은 더욱 부유하게 하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습니다.
암브로시우스는 당시 부자들의 탐욕과 악행을 낱낱이 드러내어 고발합니다.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가난한 자들을 쫓아내고 희생시키는 사회적 부조리를 폭로합니다. <나봇 이야기>는 아합과 이세벨이 나라의 목적 혹은 궁궐의 건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약하고 가난한 나봇을 약탈하는 무서운 죄를 준엄하게 꾸짖으면서 당대 부자들의 악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나봇 이야기는 총 17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주제를 요약하거나 일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원오 박사가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놓은 한글판 나봇 이야기는 1장부터 17장까지 각장에 제목을 달아 놓았습니다. 17장의 모든 내용이 부자들의 악들을 열거하며, 악의 기원을 밝히려 합니다.
나봇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장은 이후의 모든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나봇 이야기는 옛날 일이지만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 않는 부자가 누구입니까? 어떤 재벌이 가난한 사람을 그 작은 밭에서 내쫓지 않으며, 궁핍한 자를 조상의 땅 끝자락에서 몰아내지 않습니까? 그 누가 자신이 지닌 것만으로 만족합니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부자들이 나봇을 대하는 태도는 같다고 고발합니다. 부자의 마음은 수천 년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나봇 시대나, 암브로시우스 시대나 21세기나 탐욕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탐욕을 아파하며 "탐욕이 죄악이다!"라고 부르짖었던 암브로시우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