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벧전 1:24-25)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는 그가 제작하고 출연한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래미상과 오스카상을 받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지구환경문제를 위한 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지난 봄 영화 <불편한 진실>을 시청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함에 따라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했음을 알려주는 그래프가 스크린을 뚫고 나갈 때의 그 감동이란. 환경문제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그가 핵심을 전달하는 기술도 탁월했다. 화려한 정치이력 만큼이나 세련된 웅변으로 호소하는 그를 보며 설교자로서 그 열정과 논리와 정보수집능력과 설득력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주 지나지 않은 출장길 비행기에서 젊은 엔지니어와 함께 앉게 되었다. 석유회사에서 시추기계를 설계한다는 마이크는 인상도 좋고 정직해보였다. 마침 앨 고어의 영화의 잔상이 남아있던 터라 그에게 그 다큐멘터리에 대해 물었다. 석유업계 종사자에게 환경문제를 다룬 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라는 큰 주제를 놓고 반대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싫었다.

마이크는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환경보호자들이 하는 주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했다. 석유 매장량이 비관적인 사람들의 생각만큼 적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 석유가 우리 당대에 동이 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미미하다며 오히려 지구온난화는 주기적인 지구의 온도변화에 따른 자연적 현상에 따라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의 내용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했다.

노벨상까지 받게 된 유력한 정치가 출신의 환경보호주의자의 잘 구성된 다큐멘터리와 석유 시추기계를 설계하는 성실한 엔지니어가 옆자리에 앉아서 들려준 확신에 찬 대화 가운데서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나의 숙제거리다. 혼란하다.

세상은 여러 가지 의견으로 분분하다. 때에 따라 근본적인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조차 바뀌곤 한다. 그러니 어떤 경우든지 의지할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