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던 동네에도 적어도 수십 년 이상 된 큰 느티나무가 동네 어귀와 학교 안에 있었습니다. 학교에 있던 느티나무 아래는 늘 더운 여름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아이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고는 했습니다. 넓이가 얼마나 큰지 몇 명이 손을 뻗어 연결해도 닿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수년 전 어릴 적 초등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고, 건물은 리모델 되어 신형 건물이 들어섰지만, 그 큰 느티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조금 나이가 든 느낌은 있었지만,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늘 안에 들어가서 나무를 만져보고, 나무 아래 앉아도 보았습니다.
그때 들리던 여름 매미 소리도 그대로였습니다. 나무에 등을 대고 앉아 주변 돌멩이를 던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던 생각이 났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무성한 나뭇잎 사이사이로 반짝거리듯 보이는 하늘의 햇살은 늘 편안한 마음을 줍니다.
학교에 가보니 교장 선생님도, 담임 선생님도 모두 바뀌어있었습니다. 길 모양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옷가지도, 그때 학교에 서있던 차들의 모델들도 모두 변했습니다.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만은 그대로였습니다. 같은 햇살을 선물하고, 같은 그늘을 주며, 같은 등받이, 같은 바람 소리, 그때 느꼈던 같은 편안함을 수십 년이 지나 찾아온 제게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이런 느티나무 같은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치 않는 신실함으로, 한결같은 주바라기로, 뿌리 깊은 믿음으로, 주님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 말이지요. 수십 년 전에 주었던 편안함을 지금도 전해주는 느티나무의 모습을 보며, 너무 쉽게 변하는 세상과 우리 모습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듯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 임했던 성령님과 이천 년 후 A.I. 시대의 성령님이 같은 감동과 역사를 하신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옛날 찬송가를 부르면서 그때 그 시절 작사가들의 신앙 고백이 어떻게 지금의 나와 똑같단 말인지요! 아니 고대 시대 왕이었던 유대인 다윗의 신앙고백이 어떻게 지금 현대의 나와 똑같은지 말이지요. 지금도 변치 않으시는 동일한 성령님이 역사하신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저도 그분을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