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유 갖고 제작 의도 설명해
끔찍했던 이야기들 가감없이 전해
탈퇴했단 이야기 나와 보람 느껴
가장 반인권적인 사이비 고른 것
잘못은 신도 아닌 교주와 리더에
김도형 교수, 멋있고 존경스러워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조성현 PD가 질의응답에서 "여성 피해자들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8부작 오리지널 다큐시리즈 '나는 신이다'는 JMS 정명석과 오대양(박순자), 아가동산(김기순)과 만민중앙교회(이재록) 등의 사이비를 다루고 있다.
넷플릭스 조현준 매니저와의 대담 후 질의응답에서는 좀더 상세한 설명이 뒤따랐다. 피해자 섭외에 대해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제작자인 제가 남성이다 보니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인터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작 의도를 먼저 설명했다. 긴 시간을 통해 신뢰를 얻었기에, 저희 앞에서 끔찍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다 말씀해 주셨다. 다큐 공개 후에는 오히려 더 구체적이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주셨다"고 했다.
조성현 PD는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이비 단체) 내부에서 한두 분이라도 꼭 봐주시면 좋겠다. JMS 탈퇴 신도들 카페나 가나안 카페 등에 들어가 보니,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더라"며 "내부자들 중 동요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탈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의 사이비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들과 반응의 차원이 다른 이유에 대해선 "저도 이런 반응에 대해 지금까지 (이유를) 생각하고 있다. 지상파에서 그간 방송을 많이 내보냈는데, 왜 유독 이번에 반응이 많을까. 표현 수위와 상관없이, 젊은 층들이 왜 반응을 보일까 궁금함을 갖고 있다"며 "일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룰 내용이 OTT로 방송됐을 때 어떨까 궁금했는데, 많이 보시는 것 같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OTT 주 시청자층에겐 새로운 이야기이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수많은 사이비들 중 JMS 등 네 곳을 고른 이유에 대해선 "가장 반인권적이고 인간 존엄성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는 종교들, 그리고 몇몇 후보군 중 증언해 주실 분들이 많이 있고 나서서 적극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종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5-6회에 방영된 아가동산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루려다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탈퇴 신도들 입장에선 당하기만 했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이다. 신도 숫자도 얼마 안 되는데 왜 굳이 다뤘을까 할 수 있지만, 말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 종교를 골랐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메이플 씨가 증언을 마친 후 건강상의 이유로 퇴장한 뒤, 고소 대리인 등이 사안을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 왼쪽이 김도형 교수. |
JMS 3회차, 오대양 1회차, 아가동산과 만민중앙교회 각 2회차 등 분량 차이에 대해선 "취재 내용과 분량, 공개할 수 있는 정도 등을 고려해 회차 분량을 조정했다"며 "지상파 방송이었다면 균등하게 50분짜리로 2회차씩 만들었겠지만, OTT를 통해 적정 시간을 찾아낸 결과"라고 했다.
신변 위협에 대해서는 "다큐 공개 후 가족들이 가장 우려한다. 그동안 집에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고, 개인적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개 후 내용이 공론화되고 제가 어떤 위협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제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말하게 되는 것이다. 늦게 낳은 아들과 딸이 있는데, 어린이집 등을 보낼 때마다 걱정이 돼 가급적 함께 데리고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반 JMS 활동가) 김도형 교수님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은 20년 전이었고, 대한민국은 그때와는 다른 나라가 됐다"며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와 있거나 피해자인 메이플의 숙소 앞에 누군가 진을 치고 있는 일 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괴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적인 위협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KBS 기자가 'KBS PD들 중 JMS 신도가 있다고 해서 색출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 PD가 속한) MBC 내에서도 색출 계획이 있는지' 묻자, 그는 "취재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사회 곳곳 고위층이라 부르는 사람들 중에도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그들이 종교를 믿고 있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어제 김도형 교수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양가감정이 들었다. MBC에도 있지 않을까 질문하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왜 이렇게 정보들이 마구 유출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는, 팀 내 사람들이나 심지어 넷플릭스 사람들도 의심해야 했다"며 "어디든지 사이비를 믿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들을 색출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든 교주와 리더에게 있다. 그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30년간 반JMS 활동을 해온 김도형 교수. ⓒjtbc 유튜브 |
김도형 교수에 대해선 "무척 멋있는 분이고,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눈앞에 목적이 생기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 수도 있고, 가족들은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며 "그런 일을 30년째 한다면 어느 가족이 좋아하겠나. 하지만 이제는 내버려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PD는 "김도형 교수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처음 만나 말씀을 나누는데, 마지막에 아버지가 대신 테러를 당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아버지는 정말 행복하셨겠다'고 했더니,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으셨다"며 "'아빠가 되고 보니, 아들이 당할 일을 대신 당하는 게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교수님 아버지께서 인터뷰 마지막에 실제로 그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다큐를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 결정적 순간이 있다면, 바로 김도형 교수님 아버지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며 "아무리 자식이 싫다 해서 부모에게 테러를 가할 수 있나. 직접 가서 아버님을 만났을 때, 눈을 감지 못하시더라. 평생 눈에 기름을 바르고 사셨다고 한다. 몇십 년 그렇게 살면서 힘드실 법도 한데, 아들 대신 테러당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는 그 분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아들이 누군가와 싸우는 것과 별개로, 부모가 자식 대신 당하는 희생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라며 "왜 가족들에게까지 테러를 가하면서 막으려 하는지, 김 교수님 가족들이 겪었던 일은 그 자체가 당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에 메시아가 정말 많다는데, 관심을 가진 종교는 있지만 말씀드리면 힘들 것 같아 저 스스로 할 일들을 드러내지 않고 해보려 한다"며 "많은 말씀을 드렸다. 피해자들도 있지만, 이제 사이비 내 2세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들의 피해도 크다. 관심과 취재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많은 관심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