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Photo : 기독일보) 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독일의 개신교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에 의하면 기독교의 소망은 사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있는 것이다. 지금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신학적 사상은 성서적인 맥의 기틀을 이룬다. 구약의 예언자들의 역사 이해는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적 통전성을 띠면서 지금,여기에 사는 신앙인들에 대한 메시지이다. 구약 예언자들의 영성 중에 하나가 현재에 대한 해석이다. 과거,미래의 연속성은 지금 여기라는 현재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지금,여기서 하나님을 만나야 했고 과거와 미래의 사건을 조망하며 현재의 사건을 해석해야 했다. 성경이나 기독교 역사를 통틀어서 사유해 보면 과거, 미래에 대한 해석과 시각에도 불구하고 역시 하나님은 항상 지금, 여기에 계셨다. 과거,미래에 대한 사색은 우리의 운명을 비추고 반추하는 시간이지만, 현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고 실제로 그 예언의 삶을 체득하는 시간이다. 시간의 통전성의 중심은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 전체를 통해서 하나님은 지금,여기서 만나 주시는 분이다.

예를 들어 창28장에 나오는 야곱의 베델에서의 꿈의 사건이다. 그는 형 에서의 눈을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가다가 베델에서 꿈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 예언의 말씀은 이미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전해들은 약속이었다. 즉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이었다. 하나님은 베델에서 야곱에게도 동일한 내용의 약속을 하신다. 야곱에게 주신 약속이 과거와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런데 야곱은 현재,이 곳 베델(Here and Now)에서 그 약속을 들으면서 하나님을 체험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창28:16에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하나님의 예언이 과거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미리 말함(Foretelling)"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 예언은 다분히 지금,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야곱이 지금 있는 베델에서 약속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통해 야곱은 지금, 여기서 결단하고 믿어야 했다. 그리고 행동해야 했다. 결론은 과거에 주셨고 미래에 행하실 하나님의 약속이 지금,여기서 상기되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성취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통전성 속에 시간적 구심점을 보여주고 있는 때는 당연히 지금이다. 하나님이 이루실 미래의 사건이라도 지금 여기서 그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취하실 그 사건 자체보다 지금 그 믿음으로 서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예언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전해졌던 하나님의 예언이 성취될 때마다 그 성취는 곧 미래의 사건을 위한 예언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 사실 내용이 다르더라도 영적인 의미는 동일한 것이다. 그 반복의 과정이 끝나 마지막으로 예언의 성취가 있을 때 우리는 그 때가 이 땅의 역사 무대가 끝나는 시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체험하고 그분의 약속을 이루며 믿음의 결단과 결실을 맺을 때는 지금, 여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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