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사제직 서품도, 박탈도 교구장 권한
노회나 재판 없이 직권면직, 기본 자질 문제
"전용기 추락 바라, 별자리 움직여" 등 발언
대한성공회 대전교구는 14일 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 추락 염원' 망언 게시물을 올린 원주 나눔의집 김규돈 신부에 대한 면직 처분을 결정했다.
김규돈 신부가 소속된 대전교구장 유낙준 주교는 "물의를 일으킨 사제로 인하여 분노하고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유낙준 주교는 "어떻게 생명을 존중해야 할 사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 하여 수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전용기 추락을 염원할 수 있겠냐"며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처사이며, 하느님의 참된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행동"이라고 했다.
유 주교는 "사제 직분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국민들과 교구에 씻을 수 없는 분노와 상처, 분란을 야기시키는 사제는 마땅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이날부로 사제직이 박탈됐고, 그가 갖고 있던 성공회 원주노인복지센터장, 원주교회 협동사제 직위도 모두 직권면직 처리됐다.
장로회·감리회 등 보통 교단들은 통상 목회자 면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노회를 열고, 불복할 경우 교회 재판까지 이어진다. 최근 '인천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감리회 이동환 목사도 '정직 2년'이 확정되는데 2년 이상이 걸렸다. 성공회의 빠른 조치는 이례적.
이에 대해 성공회 서울교구 관계자는 "성공회는 사제를 서품하는 것도 박탈하는 것도, 교구장의 권한"이라며 "청문 절차가 있으나, 교구장 직권으로 기본적 자질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직권면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절차나 서류 작업은 추후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당사자가 잘못이 없다고 버틴다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면직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양심이 있으면..."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교단 내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대한성공회 관계자는 "사제로서 적도 안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도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회의 및 관련 절차를 거쳐 김 신부에 대한 면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성공회 대전교구 홈페이지는 분노한 시민들의 클릭 증가 때문인지 접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규돈 신부와 그가 근무했던 원주 나눔의집 페이스북 계정도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
김규돈 신부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 순방 모습 사진과 함께 "어휴, 암담하기만 하다"며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적어 파문을 일으켰다.
김 신부는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일시 정해서, 동시에 양심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과 SNS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규돈 신부는 올렸던 글을 삭제하고, 추가로 글을 올려 "페이스북에 덜 익숙하고 덜 친했다"며 "'나만보기'라는 좋은 장치를 발견해 일기장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가끔은 일기처럼 쓴 글이 전체 글로 되어 있었다"고 했다.
또 "저의 사용 미숙"이라며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