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을 모사한 시리아의 한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헌당식 도중 폭탄 테러를 당해 최소 2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 24일 시리아 중부 하마에서 북서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알-수카이라비야 마을에 있는 하기야 소피아 교회에서 인파가 붐비는 헌당식을 겨냥해, 정체불명의 테러 단체가 로켓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이 시리아 아랍통신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공격에는 로켓과 미사일, 무장 드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는 2020년 7월 터키 정부가 아야 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한 데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를 복제한 성당 건물을 2년간 짓기 시작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박해 감시단체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은 가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터키가 지원하는 비국가 행위자들과 연계된 회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제프 킹 ICC 회장은 “내전 기간 내내, 시리아 정부, 터키, 러시아 등이 나라 전역에서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아왔다”며 “주일날의 공격은 이 경쟁이 계속해서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지역 폭력의 집중 공격 속에 몰아넣는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무장세력들이 다시 한번 민간인의 생명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경시 태도를 보였다. 이번 공격의 희생자들과 함께 기도한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 일부 지역은 전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이 장악하고 있으며, 다른 반군 단체들도 터키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아야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통 보수세력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은 537년에 건축된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정복자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모스크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900년간 동방 기독교의 총본산 역할을 했다. 1934년 튀르키예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이 성당에서 예배를 금지시킨 뒤 박물관으로 지정했다.
세계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스 USA는 2022년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중 시리아를 15위에 올렸다. 시리아는 2011년 3월 15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내전이 시작된 이래로 기독교 인구가 계속 감소했다.
여러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본거지인 시리아는 기독교인이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위험하다.
오픈도어스의 시리아 팩트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ISIS의 공공 위협은 크게 가라앉았지만,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폭력적일 수 있는 매일의 박해와 씨름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유서 깊은 교회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기독교 단체들의 지도자들도 전도에 더 적극적일 수 있어 취약하다”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의 많은 지역에서 교회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