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PL 득점왕으로 등극한 우리나라 축구선수 손흥민이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클럽인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의 PSG에서 그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축구의 황제라 불리는 브라질 펠레가 손흥민을 세계 최고 선수 중 하나라고 격찬하는 소식들은 우리 마음을 너무도 흡족케 하고 있다.

그 와중에 18세 소년 임윤찬이 세계적 권위의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2022)에서 우승한 사건은 정말 사건 중의 사건이 되고 말았다.

임윤찬은 이번 경연 마지막 무대였던 지난 17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에서 신들린 듯한 강렬한 연주라는 평가와 함께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트위터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임윤찬의 열정적인 연주는 전 세계 클래식 팬들로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윤찬은 “그렇게 화제가 된 줄은 몰랐다”면서 “저는 그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유산을 청중분들에게 잘 들려드리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측이 수상식 직후 주최한 현지언론 회견에서는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제 꿈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만 사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피아노에 미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임윤찬은 콩쿠르를 위해 포트워스에 머물면서 하루 12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에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격찬받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하루 12시간씩 연습한 이유 말이다.

그렇다. 과정은 결과를 가져오고 결과는 과정을 짐작케 해준다. 그런 피나는 훈련과 연습 없이는 이뤄질 수 있는 게 없다.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임윤찬 피아니스트. ⓒTheCliburn
(Photo :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임윤찬 피아니스트. ⓒTheCliburn)

새벽에 일어나 임윤찬이 연주한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어보았다.

필자가 느낀 소감을 다 표현해 보고 싶다. 한 마디로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미친 연주였다. 순간순간 숨을 멈추게 하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격스러운 탁월한 연주였다.

건반으로 빨려 들어가듯 연주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에 그냥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듣는 내내 부드럽고 아름답고도 격정적인 연주 솜씨는 소름이 돋게 했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제할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 어렵고 복잡한 악보와 완전히 하나가 된 듯 신들린 연주로 감동을 주는 연주자의 모습은 젊은 소년이 아닌 경험 많은 세계적인 거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어린 나이에 그 어렵고 긴 곡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자신만의 확실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정신력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고 대단했다. 그저 편안하고 아름답고 격정적이며 소름 끼치고 가슴을 울리며 무한 감동을 주는 최고의 연주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부분에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지휘자의 눈물뿐 아니라 듣는 모든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줬다.

그렇게 어렵고 긴 곡을 악보도 보지 않고 다 외워서 연주한다는 게 가히 경이롭기까지 했다. 인간이 경탄해마지 않을 저런 작품이 나오기까지, 연주자가 흘린 땀과 눈물과 수고가 얼마였을까?

▲우승 후 메달을 목에 건 임윤찬 피아니스트(가운데). ⓒTheCliburn
(Photo : ▲우승 후 메달을 목에 건 임윤찬 피아니스트(가운데). ⓒTheCliburn)

설교를 가르치고 설교를 전하는 전문가로서 깨닫는 부분이 크다.

‘음악의 경지가 저 정도로 깊고 높다면, 생명을 살리고 영혼을 살찌우는 설교의 세계는 저렇게 깊고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피아노 건반으로 저렇게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자아내고 경탄해 마지않게 할 수 있다면,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잘 전달해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받게 하여 삶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설교는 불가능한 것일까?

설교학 교수로서 오늘의 설교자들이 18세 소년 임윤찬의 연주에서 배우고 도전받아야 할 내용 몇 가지를 간추려 보았다.
첫째로,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되는 본문 해석력을 가져야 한다.

설교자가 전하려는 본문 내용에 있어, 다른 설교자들과 구별되는 깊이 있는 설교가 필요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설교자들이 본문에서 깊은 알맹이를 추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만큼 본문 속에서 가장 값지고 영양가 높은 콘텐츠를 캐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윤찬이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잘 해석해서 표현한 것처럼, 설교자는 성경 저자가 가리키는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해서 전달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럴 때 다른 강단과는 차별화되는 탁월한 설교가 가능하다. 저자의 의도를 가장 잘 살린 설교는 명설교자가 되는 최우선 요소임을 잊지 말라.

둘째로, 완벽한 원고 숙지력을 키워야 한다.

아무리 기막힌 원고를 작성했더라도, 원고를 보고 읽는 식의 설교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모든 설교자들이 탁월한 원고를 작성하되, 완벽하게 외워 청중들을 쳐다보면서 자유자재로 전달해야 강력한 설교로 어필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하루 12시간 연습에 연습을 시도했던 임윤찬처럼, 설교자도 부단한 시연을 통해 원고를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셋째로, 리드미컬하고 강력한 전달력을 키워야 한다.

천편일률적 목소리 전달은 청중에게 따분함과 지겨움을 안겨줄 뿐이다. 청중들에게 친숙하게 들리면서도 강약 고저 장단의 폭이 크고 넓어 청중에게 몰입도를 가져오게 하는 강력한 설교가 되어야 한다.

임윤찬이 연주할 때 리드미컬하고 미친듯이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며 배워야 한다. 파워풀한 설교 전달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됨을 새기고 살자.

넷째로, 결론 부분에서 강력하고 인상적인 선포로 청중의 가슴을 멎게 해야 한다.

시작부터 30분 내내 잘 전하다가, 마지막을 밋밋하게 마무리 하는 설교가 꽤 많다. 청중으로 하여금 찝찝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선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청중으로 하여금 숨죽이고 심장이 멎듯 몰입해서 설교를 듣고 감동받아 변화를 추구하게 해주는 설교자가 명설교자이다.

신들린 듯한 임윤찬의 마무리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매 설교마다 이런 식의 결론으로 매듭지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뭐 있으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이 설교자에게 주는 깨우침이 이렇게 크고 많다.

피와 눈물과 부단한 연습과 훈련 없이는 대가나 거장이나 명장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여, 모두 최고의 설교자로 거듭나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
(Photo : 신성욱 교수)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