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마가복음 1장 35,38절)

전날 안식일은 사역을 막 시작하시던 예수님이 크게 돋보이는 하루였다. 그날 오전 회당에서 권세 있는 말씀을 전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시더니,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을 고치셨다. 오후에는 시몬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셨다. 성경에는 그녀가 이내 나아서 예수님을 수종들었다고 한다. 아마 이 짧은 순간이 그날 예수님께서 잠깐이나마 편하게 쉬셨던 때 같다. 잠깐의 휴식은 곧 마당을 가득 채운 각색병자들의 아우성으로 끝이 났다. 예수님의 소문이 온 가버나움에 퍼져 수많은 병자들이 몰려와 고쳐주시기를 바랐다.

이날은 이를 지켜보던 몇 안 되는 제자들에게도 정신없던 하루였다. 능력 많은 스승을 둔 제자들도 병 고치시는 예수님 못지않게 몰려오는 환자들 줄 세우고 수발드느라 곤한 안식일을 보냈던 것이다. 이 곤한 하루를 지내고 베드로와 안드레와 야고보와 요한이 코를 골며 잠에 떨어진 새벽, 예수님은 일어나 북적이던 사람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시몬의 장모의 집을 더나 한적한 곳을 찾으셨다. 하나님의 아들은, 대체 귀신을 쫓고 각생 병을 고치는 능력 있는 하나님의 사람은 그날 무슨 기도를 올려드렸을까?

기도를 드린 후 예수님의 행적은 그 기도를 반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찾는다며 다시 의원노릇 해주실 것을 청하는 영문 모르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다른 마을에 가서도 전도하자’고 말씀하시고 행장을 꾸리신다. 예수님의 오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하시면서 떠나시는 발길은 가볍기만 하다.

가버나움에서 얻는 폭발적인 명예와 칭송으로는 예수님의 거대한 비전을 가둬둘 수 없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본래 목적을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반면 예수님의 인성은, 서른 살 젊은 청년의 야망은, 마귀의 속삭임은 이제 그만 가버나움의 명예에 만족하라고 미끼를 던졌을지 모른다. 이것이 곤한 그가 새벽에 일어나 하나님과 함께 있고자 했던 까닭이었을까? 어찌되었건 예수님은 그날 일어나셨고, 기도하셨고, 발길을 옮기셨다. 그리고 승리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