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 <미나리> 배우 윤여정 씨(75)가 "대본이 제겐 성경이었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지론을 전했다.
25일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 LA총영사관에서 진행된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윤 씨는 "늙어서 대사를 외우기가 굉장히 힘들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싫다"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여정 씨는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태어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며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표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마음도 이해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윤 씨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성원을 너무 많이 해주니 힘들었다"며 "너무 힘들어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고 토로했다.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선 "안목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안목을 믿는다는 건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대본을 전해주는 이의 진심을 믿었다"고 했다.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윤 씨는 "두 아들이 제게 일하러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며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해 폭소가 터졌다.
또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대배우 글렌 클로즈와 경쟁을 하겠나. 배우님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우리 사이에 사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저는 오늘 운이 좀 더 좋아서 여기 서 있는 것 같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해 주시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있길 기도했는데, 너무 감사드린다"고 K-겸손과 배려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