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의 형과 메신저를 한 적이 있다. 그 형은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지만, 전형적인 귀차니즘형 인간이다. 또한 몇 번 교회로 인도해보고자 시도해봤지만, 미국 유학시절 다녔던 교회가 전부인 형이다.

그 형이 말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어린 시절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달렸던 나였기에 '싫어하는 것은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니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싫어하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형은 무척 걱정하며 이렇게 답했다. "삶에서 좋아하는 게 많아야 행복한 것이다. 어린애들을 관찰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무조건 많은 것들을 좋아하지 아니한가? 그 아이들은 과자 하나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나는 물론 귀찮은 것 투성이지만……."

형의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맞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싫어지는 것이 많아지는 나의 모습에서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신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의사표현이 확실한 것이 아니라, 점점 세상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고 판단하게 되는 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내 중심적으로 재고 따지는 이기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나님 은혜에 빠져 살면, 싫고 귀찮은 게 무엇이겠는가?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하는 것이 힘들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기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교회에서 봉사하면서도 웃음이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사역지라고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다. 무엇을 먹던지 맛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것이다. 살아서 숨 쉬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굳이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자가 들어간다고 언급한 성경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교회를 다녔다고 하는 이들은 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너무나 쉽게 잊고 산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부모에게 혼나도 금방 잊고 부모에게 안아달라고 조른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조그만 시험이 닥쳐도 금세 은혜는 사라지고 하나님을 원망하기 일쑤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가. 신앙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이고 싫어하는 것 투성이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겠는가?

이제부터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지워가고 좋아하는 것들로 바꿔나가야겠다. 이왕 가는 신앙의 길이라면, 가기 싫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쁘고 행복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