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선지자는 그 성정이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약한 모습을 많이 노출한 선지자였습니다. 하나님이 사역자로 부르실 때 자신의 무능력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고, 죽음 앞에서는 벌벌 떨며 두려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많은 시간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눈물로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기적을 단 한 번도 일으키지 못했고 신유의 은사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만을 올바르고 확실하게 전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싫어하였고 심지어 살해 위협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그는 한없이 나약해지기도 하였고, 하나님께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였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응답하셨습니다. "만일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렘12:5). 이 말씀을 풀어서 쓰면 이런 뜻입니다. "너, 너무 나약하구나. 너, 이것도 못 이기면 앞으로 당할 어려움은 어떻게 이기겠니? 지금 이 정도도 힘들다고 투덜댄다면 이후에 더 어려운 시기가 온다면 어떻게 하려고 이 모양이냐?"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납니다. 어느 날 뒤돌아보니 제 입에 어느 순간부터 "힘듭니다. 지쳤습니다.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달고 다니더군요.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가 더 강한 그리스도의 군인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종종 훈련소 조교 같으십니다. 훈련 받을 때 조교는 물었습니다. "힘듭니까?" 그럴 때 "네, 힘듭니다." 그렇게 대답하면 큰 일 납니다. 힘들다고 하면 더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또 묻습니다. "힘듭니까?" 그러면 무조건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복창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능숙한 조교와 같으셔서 우리의 엄살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1999년 3월 나침반교회의 사역에 뛰어든 이후 지난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역을 잘 감당해 왔습니다. 뒤돌아보면 어찌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 하나님의 은혜가 감탄스럽고, 그간 함께 해주신 교우 여러분들의 사랑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이런 중요한 분기점에서 잠시 쉼표를 찍어야 하겠습니다. 3개월, 정확하게 말해서 12주 동안 갖게 된 안식월을 통해서 몸도 마음도 새롭게 하고 8월 첫 주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기간 동안 부교역자들이 저 대신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사역을 할 것입니다. 또한 시무장로님들을 비롯한 중직자들과 순장님들이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에버그린 부모님부터 주일학교 어린 자녀들에게 이르기까지 한 마음이 되어 교회를 지켜 주십시오. 우리는 보행자와 달릴 뿐만 아니라 말과도 경주할 주님의 최정예군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