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정치의 특징은 네거티브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서 정치적 목줄을 끊으려고 한다. 한국 정치의 경우, 특히 포지티브보다 네거티브가 심각하다. 병역 비리 등 날조된 네거티브가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거의 하루 아침에 완전히 뒤바뀐 역사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한 명의 정치인은 나라와 민족의 역사와 운명을 심각하게 바꿀 수도 있기에, 그 중요성과 무게감을 인식하고 애초에 네거티브에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감 있게,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근 절에 갔다가 합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 일로 인해 네거티브에 걸려 들었다. 물론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충실한 결과지만, 황 대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공격 기회를 스스로 제공한 것이다. 이 사진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지면서, 적지 않은 불교인들이 황 대표가 불교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기독교인이지만 동시에 정치인이기도 하다. 기독교인은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치인이기에 신중하기도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다종교 국가이기에,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과 양심을 분명하게 지키면서도 상대 종교에 대한 존중을 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어렵다. 훈수는 두기 쉬워도 본인이 두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로는 쉬워도 자신이 직접 그 상황에 처하면 한없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면 황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애초에 부처님의 날을 맞아 절에 가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물론 절에 가지 않았다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합장하지 않은 사진이 찍혀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자유한국당의 다른 불교 인사를 이 자리에 보낼 수도 있다. 그가 절에 꼭 간다고 불교계의 표가 한국당에게 오는 것은 아니고, 절에 가지 않는다고 불교계의 표가 다 좌파 혹은 진보 정당에게 가는 것도 아니다. 불교계는 진보의 표밭이 아니다. 오히려 불교계에는 보수적인 이들이 많다. 이들은 보수 정치인이 불교계에 우호적인 말과 행동을 하기에, 그런 정책을 내놓기에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보수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이번에 합장하지 않은 황 대표에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강하게 비판한 법철스님도 불교계의 대표적 보수 인사다. 불교신문의 전 주필인 그는 "이승만 대통령 덕택에 중흥한 조계종이 종북좌파 본산이 됐다"고 발언할 정도로 이승만 대통령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한국의 종북좌파와 공산주의 우호 세력들을 비판하는 강력한 반공 인사다.

그는 황 대표를 비판하는 글에서도 "작금의 한국은 문민정부 시대부터 애써 대통령만 당선되면, 북에 보급관 노릇과 대변인 노릇을 자처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민 혈세를 수탈하듯 하여 대북퍼주기에 총력한다. 김씨 왕조 3대는 북의 인민을 3백만 넘게 기아로 방치하면서 러-중의 옹호와 찬사 속에 언제인가 북핵을 탑재하여 발사하려고 각종 미사일들을 마구 발사해대는 전쟁놀이만 하고 있다. 김씨 왕조의 체제유지비는 대한민국의 문민 대통령들이 인도주의적으로 내주면 김씨 왕조의 수령들은 구걸자(求乞者)같이 받아 챙기면서 북핵으로 미-한-일에 공갈협박으로 낙을 삼고 있다. 분석하면 대북퍼주기를 연속하는 한국의 일부 문민 대통령들은 이적자(利敵者)들이다"라고 친북적인 정권들에 대해 이적정권이라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물론 지금의 문재인 정권도 그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이다.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수 지지층이 두꺼운 불교계의 표도 필요하다. 하지만 불교인들도 결국에는 의식주 문제 해결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불교계에 대한 정치인의 공약보다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보면서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것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불교인들 중에서는 황 대표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황 대표를,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기독교인이 자신의 신앙적 소신을 지키면서 유권자의 표에 의해 자신의 정치적 목숨이 오가는 정치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정치인들이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표 때문에 타협을 하기도 한다. 많은 기독 정치인들이 그런 길을 갔고, 지금도 가고 있다. 황 대표는 이들과 달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신앙에 타협을 하지 않는 것, 신앙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훌륭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라가 심각한 위기인 상황에서는, 정치적 승리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황 대표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반대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공당의 대표답게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너무 어려우면, 때로는 피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