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문제를 두고 성공회 내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의 보수적인 성공회 자도자들이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동료 지도자들을 향해 "상대주의자가 되든지, 다원주의자가 되든지 해야할 것이다. 성공회 공동체에 당신들을 위한 여지는 없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보도했다.
남미의 그레그 베나블레스 대주교는 최근 열린 켄터베리 주교회의에 참석한 34명의 성공회 대표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가 속한 성공회 내 전통주의자 세력인 세계성공회미래회의(GAFCON)는 켄터베리대주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약 일주일 간 진행된 주교회의 끝에 발표된 공식 선언문은 이번 모임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하면서, 동성결혼 등의 이슈와 관련된 깊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은 함께 걸어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대주교는 "20년 동안 다뤄지지 않은 성 문제 이외의 이슈들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자, 대주교들은 사면초가에 몰린 느낌을 받았고, 나머지는 행복해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5번의 주교회의에 참석했던 홍콩의 폴 콩 대주교도 "모든 사람들이 동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동역을 해나가기로 헌신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교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자리를 떠난 베나블레스 대주교는 이를 부인하면서 "우린 동역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문제를) 다룰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9일에는 "이번 회의에서 분명하게 정의된 사실은 일부는 동역하며, 일부는 동역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공회는 성경에 나타난 단순한 진리를 잃어버렸다. 이것은 비극이지만 우리는 이를 계속 전하고 말할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정통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도망가지 않고, 성경의 단순한 진리를 무시하는 사람들과 동역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나블레스 대주교는 '교회 훈련'의 부족을 지적하면서 각 지역 성공회의 잘못을 처벌하기 위한 보다 강력하고 관료적인 체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도자를 상대로 한 제자도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주교회의에서 나온 의견 중 하나는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이 행동하라'(business as usual)는 것이었다. 이는 앞으로 어떻게 갈 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깊이 슬프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GAFCON 대주교위원회 소속인 케냐의 잭슨 올레 사피트 대주교는 "분열되면 우리는 약해질 것"이라며 "동료 보수주의자들이 건설적인 동참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우리가 하나가 될 때,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러가지 결정들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 동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