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은혜장로교회(담임 최용주 목사) 선교팀은 3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베냉과 토코를 방문해 말씀과 찬양으로 복음성회를 인도했다. 본지는 은혜장로교회 명화연 성도의 선교 기행문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토고의 현지 교회 방문

토고에서 은혜교회 선교팀은 현지 목사님들의 안내에 따라 시골 개척교회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울퉁 불퉁한 흙길을 한참 운전해 들어가 건물이 아닌 한 천막 앞에 도착했다. 우리 나라도 시골 목회가 더욱 어렵다고 하듯이 수도에서 벗어나 시골의 더욱 가난한 지역에서 개척 교회를 운영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보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두 명의 여자분이 다 찌그러진 작은 확성기에 마이크를 연결해 열명 정도의 성도들과 함께 찬양을 하고 있었다.   

최용주 목사님은 성도 한명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던 본인 이야기를 하시며 개척교회 목사님을 격려하시고 목사님께 교회 운영에 보태시라고 헌금을 전달했다. 은혜교회 선교팀은 그곳에서 교회를 위해 함께 축복하며 기도했고 예배 후에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는데 몇몇 어른들도 사탕을 받고 싶어 하자 최용주 목사님께서 "사탕 더 있으면 어른들도 주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도시와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촌이다 보니 이곳에서 사탕 먹어보기는 평생에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탕을 더 많이 가져와서 몇 통을 목사님께 드릴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싶었다. 많은 목회자들이 꺼리는 시골에서 힘겨운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께 우리 선교팀의 방문이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찬양팀이 작은 확성기에 마이크를 연결해 찬양하고 있다.
찬양팀이 작은 확성기에 마이크를 연결해 찬양하고 있다.

개척 교회에 다녀오는 길에 우리는 토고에서 연합해서 집회를 준비해주신 분들 중 한 분인 제프 목사님의 교회에도 들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제프 목사님 교회는 우리가 머물렀던 수도 지역에 있었고 조금 더 번화한 자리에 있었지만 상황이 어려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교회는 훨씬 넓었고 틀도 있었지만 틀만 잡혀 있을 뿐 지붕과 벽이 매워져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빈 틈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지붕을 보며 비가 오는 날은 어떻게 예배를 드리냐고 선교팀이 묻자 제프 목사님은 주일 예배 시간에 비가 오지 않기를 성도들과 늘 간절히 기도한다고 대답하셨다. 늘 웃으시는 인상 좋고 마음 좋은 제프 목사님께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다른 목사님들이 함께 연합해 토고 집회를 준비하시고 계속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제프 목사님만 돕겠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는 어렵게 발걸음을 뗐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이곳에 돌아와 보다 체계적으로 교회 세우는 일을 돕고 싶다.

마리아와 같은 선교팀

개척교회 성도님들과 은혜교회 선교팀, 그리고 길을 안내해주신 토고 현지 목사님들
개척교회 성도님들과 은혜교회 선교팀, 그리고 길을 안내해주신 토고 현지 목사님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살아 있는 지옥 체험이 되기도 한다. 이번 선교 여행이 나 개인에게는 지친 영육간의 휴식 시간이 되고 또 우리 선교팀 전체에게는 위대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었던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행했던 분들의 순수한 영성과 훌륭한 인격 덕이 아니었나 싶다. 10일간 숙식을 함께 하고 단체 생활을 하면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늘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서로 배려하고 희생했던 은혜교회 팀원들 덕분이다.

무더운 날씨에 매일 부르짖는 기도와 열정적인 설교로 체력을 쏟고 숙소에 돌아 와서도 찾아오신 현지 목사님들을 접대하시느라 최용주 목사님도 분명 힘드셨을 것이고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목사님은 늘 함께 한 팀원 한 명 한 명을 조심스럽게 대하며 아껴주셨다. 저녁 집회가 끝나고 오면 모든 체력을 쏟아 붓고 오신 목사님은 시장해지셔서 야참을 드시고 싶어 하셨는데 더운 주방에서 고생하는 권사님들 집사님들에게 미안하셔서인지 말씀을 잘 못 하셨다.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들의 배려와 사랑도 기가 막혔다. 권사님과 집사님들은 목사님께서 야참 내놓으라고 먼저 말씀을 못 하시는 것을 느끼고 저녁 집회가 끝난 후 땀에 찌든 상태에서 씻지도 못 한 채 그대로 에어컨이 없는 찜통같은 주방으로 직행해 야식을 준비하셨다. 사실 많은 분들이 밤늦게 야식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아침에 얼굴도 붓는다고 야참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목사님 음식만 따로 차려드리려 하면 목사님께서 본인 한 사람을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해 야식을 못 드실까봐 다들 한 밤 중에 식탁에 둘러 앉아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모두 달덩이 같은 얼굴로 일어나 이것이 바로 은혜교회에서 아프리카 선교만 다녀오면 살이 쪄서 돌아가는 이유라고 진실이 반 들어 있는 농담을 나누며 웃었다.

왜 얄미운 팀원이 없겠는가.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팀원 앞에서도 허허 웃으며 넘어가주시고 허물을 덮어주시는 최용주 목사님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의 입술과 생각을 다시 한 번 단속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여행 때 다른 분들에게 제일 얄미운 팀원은 나였을 수도 있다. 새댁이 되어 부엌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잠은 많아서 주방에 졸면서 서 있기만 하다 보니 권사님들, 집사님들께서 그냥 올라가서 자라고 하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교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여행 내내 부담만 끼친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팀원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라고 예뻐해 주시고 궂은일은 본인이 하신다며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늘을 까고 계신 여옥련 집사님께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마늘이라도 까겠다고 하면 냄새가 베는 굳은 일이라 일부러 시키지 않았다며 저리 가라 하시고 설거지를 하고 계신 오혜정 집사님께 설거지라도 한다 하면 본인이 하시면 금방 하실 수 있다며 방에 가 쉬라고 하셔서 한 일이 거의 없다. 일은 안 하고 옆에 있다 서지영 권사님께서 입에 넣어주시는 음식만 맛있게 먹다 왔는데 권사님께서 잘 먹는다고 예뻐해주셔서 친정 어머니 집에 다녀 온 것처럼 사랑받고 잘 쉬다 돌아왔다.

최용주 목사님을 비롯해 이번 선교 여행에는 60이 넘는 분들이 많았다. 사진을 찍을 때 무릎이 좋지 않아 앞줄에 쪼그려 앉아 찍을 수가 없다며 뒷줄에 서시는 권사님 한분을 보며 비행기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생각이 들었다. 오집사님은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넷이나 두고 오셨고, 김주한 장로님은 무리해서 직장에 휴가를 얻어 오셨다. 힘이 남아돌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온  분은 없었다. 이 분들을 보며 하나님이 분명 이 분들을 선택하셨지만 이 분들도 하나님을, 하나님의 뜻을 선택했다는 것을 느꼈다. 마르다처럼 많은 일로 근심하고 염려하는 대신 마리아처럼 더 좋은 편, 곧 다른 일은 접어 두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선택'한 선교팀은 이번 여행에 동참하는 특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지만 성도들이 매주 모여 예배들 드리고 있는 제프 목사님 교회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지만 성도들이 매주 모여 예배들 드리고 있는 제프 목사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