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11월 13일 금요일이었다. 두부를 사러 파리 시내에 나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며늘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네요?”
“아 그러네...”
세상에서 만든 희한한 날이 바로 오늘이라며 서로 웃고 말았는데,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몇 시간 후 테러로 인한 참사의 소식이 들려왔다.
텔레비전에서는 생생한 현장 상황과 함께 사상자의 숫자가 계속 자막으로 올라왔다. 급히 교회 리더들 카톡방에 문자를 보내며 각 가정교회별로 식구들의 안전 확인을 부탁했다.
“1그룹 모두 안전하게 잘 있는 것 확인했습니다.” “6그룹도 모두 집에 잘 있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다급한 소리가 들려 왔다. “선교사님! 소영 자매가 테러가 발생한 5분 거리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날인데 지금 손님들과 함께 식당불을 모두 끄고 문을 꽁꽁 잠근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식당 밖에서는 총소리가 계속 들리고 비명소리와 함께 경찰 싸이렌 소리까지 뒤섞여 공포의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고 한다. 전화로 문자를 보내며 기도할테니 두려워 말라 하고, 다른 식구들의 안전을 모두 확인한 후 소영자매와 그 식당 안에 갇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그룹 카톡방을 열어놓은 채 온 교회 성도가 함께 기도했다.
우선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새벽 2시를 넘긴 것 같다. 상황이 좀 안정되면서 감사하게도 소영 자매가 무사히 귀가함을 확인한 후 텔레비전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독일과 프랑스의 축구경기장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그것을 시작으로 무려 6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테러 및 총기난사와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BATACLAN 극장에서 약 15분간 벌어진 무차별 총기난사극이었다.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극장 뒷문으로 도망 나와 총맞은 가족을 질질 끌고 골목을 빠져나가려 애쓰는 한 남자의 영상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 당시 사망자가 120명을 넘어섰고 병원에 실려간 부상자 중 99명이 죽음의 고비에 있는 상태라는 상상못할 참사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몇 시간 후면 아침 8시부터 교회에서 토요기도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방송에서는 토요일에는 모든 학교들의 문을 닫고 또한 모든 각종 모임을 다 중단하고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라는 대통령의 당부가 있음을 보도했다. 다시 교회 리더들에게 연락하여 모든 교인들에게 토요일 아침예배가 없음을 공지했다. 프랑스에 온 지 20년만에 처음으로 공식예배를 드리지 못한 날이 되었다.
각자 집에서 나라를 위해 또 갑자기 슬픔을 당한 유족들을 위해 또한 테러리스트들을 긍휼히 여겨달라는 간구를 하자는 약속과 함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감사하게도 토요일 저녁 즈음 나라 전체가 안정을 차차 찾아 갔고 주일에는 무사히 모여 추수감사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정말 특별한 감사예배였다.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하기를 힘쓰고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니라”(렘29:7)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한 중에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니라 이것이 우리 구주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으실 만한 것이니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2:1-4)
우리는 이 말씀으로 내가 밟고 있는 땅을 위한 중보기도가 부족했음을 회개하며 이 사건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기도하지 않는 우리 크리스천들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의 메시지로 인정하며 바로 우리 때문에 이 땅이 환란을 당했음을 자복했다.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눅6:27-28)
또한 현재 사망자 최소 132명, 부상자 최소 349명, 그 중 중태 96명이라는 사상자를 낸 테러집단 이슬람 IS를 향해서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순종하며 기도할 때 반드시 이러한 비극이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을 믿음으로 함께 선포했다.
아직도 꿈인 듯 먹먹하기만 한데, 이 비극의 사건을 주님께 올려드리며 기도하는 중에 주님께서 또렷하게 나에게 물어보셨다. “넌 죽을 준비가 되었느냐?”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는 테러 사건이 우리에게 두려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듯하다.
지금 당장 죽음을 당한다면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영혼들을 위해 더욱 더 부르짖어 기도하라고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이 땅이 되길, 또 우리 모든 크리스천들이 되길 기도한다. 이제 우리도 적극적 전도자로 나설 때다. 그것이 또다른 테러 방지를 위한 대응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IS의 파리 테러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의 손을 모아본다.
/프랑스 파리 은혜교회 송석배·김은영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