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살아가다
폴 밀러 | 복있는사람 | 276쪽 | 13,000원
"룻기는 기독교가 더 이상 우리 삶의 중심이 아닌 시대의 세상, 곧 사랑의 인내가 아니라 언약의 파기가 새로운 규범인 세상에 꼭 맞는 이상적 내러티브다. 룻기에 제시된 사랑의 원형은 미쳐 버린 현대 세계를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나아갈 길을 알고 있다.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뿐 아니라 자라 가는 것, 그것이 룻기의 주제다."
저자는 구약성경 룻기의 주인공 룻, 그리고 나오미와 보아스를 통해, 오늘날 희귀해진 '헤세드 사랑'의 회복을 꿈꾼다.
'헤세드'란 헌신과 희생이 결합된 말이고, 일방적이면서 출구전략 없는 사랑이다. 예수님이 늘 그러하셨듯, 부모들이 그러하듯, 연인들이 때로 그렇듯 상대의 반응과 무관하게 사랑의 대상에게 자신을 얽어매는 것이 '헤세드 사랑'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타인에게 선을 행하겠다는 '결의'다.
이 '헤세드'는 왔다가 사라지는 감정도 아니고, 고조됐다 가라앉는 절박감과도 다르며, 찼다가 기우는 격정과도 무관하다. 변덕스러운 삶 한복판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사랑이다. 저자는 룻의 나오미를 향한 사랑이 그러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랑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사랑의 핵심이 죽음임을 제대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너무 중시하다 '우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공적 신앙이 허물어진 자리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꿰차 버린 '완벽한 배우자'나 '자녀양육' 말이다. 삶의 중심에 '하나님' 대신 이것들이 들어서는 결과는 '산산이 부서짐'이다. "사랑이나 인간관계는 본래 중심이 아니다. 사랑은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이 사랑이시다."
▲저자 폴 밀러. ⓒseejesus.net |
책은 위 내용들이 담긴 룻기 1장 '헌신적 사랑' 외에도 2장 '사랑의 여정', 3장 '생각하며 사랑하는 법 배우기', 4장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 등을 통해 참된 사랑부터 복음과 공동체, 애통과 기도, 여성성과 남성성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현대의 '과부'와 '홀아비'들을 격려하고 소망과 미래를 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사랑 없이 결혼 생활을 하거나, 헌신적 관계의 보호를 누리지 못하다 서로 버림받고 버리는 이들을 향해 따뜻한 언어로 위로한다. 오늘날 냉담한 시대정신으로 인한 '변질된 사랑'의 사례들도 중간중간 제시하면서.
밑줄을 치거나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는, 아름답고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많다. '룻기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멋진 표지와 깔끔한 번역도 힘을 보탰다. 원제 'A Loving Life: In a World of Broken Relationsh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