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남편과 아버지를 위한 티모시 위트머의 「The Shepherd Leader at Home」에 이어, 목회자의 아내들을 위한 글로리아 C. 퍼먼의 「The Pastor’s Wife」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어쩌면 사역자보다 더 험한 길을 가는 사람이 바로 사역자의 아내일지도 모른다. 사역자의 아내로서,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그 길을 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힘겨워할 때가 많다.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사역자의 아내가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본서의 저자인 글로리아 C. 퍼먼(Gloria C. Furman)은 한창 선교지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의 아내이다. 그녀는 이미 그 길을 걸어본 자로서 ‘새내기 사모’들에게 충고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도 선교사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 여성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 상황 속에서 깨닫고 나누고자 하는, 소중한 기쁨과 행복은 참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녀는 사역자의 아내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의 대상은 구체적이다. 첫째로 유일한 목자이자 참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할 것, 둘째로 자신의 동역자이자 교회의 리더인 남편을 사랑할 것, 셋째로 그리스도의 신부이자 남편과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사랑할 것. 과연 그럼 어떻게 사랑해야 하며, 그 사랑이 어떤 힘을 주는 것일까?
사역자의 아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어항 스트레스’이다. 즉, 어딜 가도 사람들의 눈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사역자의 아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그녀들에게 한다.
“그래도 당신은 목회자의 아내잖아요!”
이러한 끊임없는 노출에 파묻혀 살고 기대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잊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사역자 아내들의 정체성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기억하라고 권한다. 스스로를 누군가의 아내 혹은 누군가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때만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당연한 사실을 끊임없이 실제로 느끼는 것이다.
사역자의 아내는 자신 내면의 우상화에 대한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묵상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사역 그 자체를 추구한다면, 사역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우상숭배가 된다. 사역은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해야 한다. 사실 사람의 기대를 어떻게 다 충족시키겠는가? 그것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만약 사역 그 자체에 얽매이게 되면, 그 성공과 실패에 따라 영혼의 상태가 좌우될 것이다. 그것도 역시 우상숭배이다.
퍼먼은 그리스도를 사랑함을 통해 이러한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있다면, 즉 그분께 기대고 의존한다면, 사람의 기대가 아니라 그분의 기대에 부응케 하는 사역에 필요한 것, 특히 사역자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받을 것이다.
한편 퍼먼은 사역자의 아내들에게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라고 충고하면서, ‘돕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말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충고가 아니라 여성이 여성에게 하는, ‘돕는 자’에 대한 정의는 참으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사실 그녀에 따르면 아내들에게도 ‘돕는 자’가 필요하다. 바로 그 아내들의 돕는 자는 하나님이시다. 이러한 믿음을 가질 때, 비로소 남편을 ‘돕는 자’로 설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남편을 돕는 자가 되어야 할까? 성경은 사역자의 자질에 관하여 많은 말을 하지만(특히 디모데전서 3장이나 디도서 1장), 사역자의 아내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다. 사역자의 아내란 그저 조용하게 뒤에서 교회 청소를 담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남편의 사역에 참여하여, 그 사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그 사역자의 자질 가운데, 그녀가 적용한 것 중 ‘가르치기를 잘하며(딤전 3:2)’에 관한 것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사역자의 아내가 남편보다 지역 문화나 신학에 대한 지식을 더 우월하게 갖추어 피드백을 해 주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역자의 아내가 말씀 사역의 가치를 깨닫고 설교를 위해 기도하며, 설교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설교를 중심으로 하여 사람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사역자의 아내들은, 마치 ‘다른 사람과 결혼한 사람’ 같은 존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원치 않아도 들리는 백색 소음처럼 끊임없이 사람들의 평가, 특히 교회 밖의 사람들의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불편해하지 말고, 도리어 외인의 쉴 새 없는 평가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기회임을 기억하며(딤전 3:7), 늘 환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녀는 사역자의 아내가 교회를 사랑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꽤나 긴 지면을 할애하는데, 그 설명을 읽으면 누구라도 감동을 느낄 것이다(영원성에 기초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서로 사랑 가운데 복음을 통해 세워가는 교회에 대한, 그녀의 아름다운 서술을 싣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는 교회를 섬기기 위해 각 지체에게 은사가 주어졌다. 사역자의 아내도 역시 은사를 받았다. 이때 사역자의 아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은사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사를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과 은사를 주신 분의 목적을 숙고한다면, 열등감 내지 우월감의 위험(그것은 은사를 주신 하나님을 실망시키는 행위이다)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은사에 대한 네 가지 관점을 말한다. 첫째, 은사는 누구나 받았다. 둘째, 은사는 남을 섬기기 위한 것이다. 셋째,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은사를 사용해야 한다. 넷째, 은사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다. 그런데 강점 내지 은사와는 별개로, 누구나 ‘약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약점마저도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는 하나의 가치임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은 약할 때 강함 되시는 분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가진 약점으로 인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은혜만이 그리스도, 남편과 가정, 교회를 사랑하고 사역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신랑 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길 고대하면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얼마 전 「목사의 딸」이라는 책을 통해, 사역자의 가정이 얼마나 힘겨운지가 교회와 세간에 알려졌다. 이처럼 사역자에게는 돕는 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사역자의 아내에게 도울 힘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교회와 가정은 무너질 것이다. 필자도 목사라 그런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누구보다 목사를 위하고 사람이, 누구보다 목사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내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힘겨워하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는, 이 땅의 사역자의 아내들을 응원하며, 그녀들에게 그리스도만이, 사랑만이 살아갈 능력임을 일깨워 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도서정보
제목: The Pastor's Wife: Strengthened by Grace for a Life of Love
저자: 글로리아 C. 퍼먼(Gloria C. Furman)은 아내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 출산동반자(doula), 블로거이다. 그녀의 가족은 2008년 중동으로 건너가 남편이자 목사인 데이브(Dave)와 함께 두바이 리디머교회(Redeemer Church of Dubai)를 개척하였다.
그녀가 지은 또 다른 책으로는 「Glimpses of Grace and Treasuring Christ When Your Hands Are Full」, 「Treasuring Christ When Your Hands Are Full: Gospel Meditations for Busy Moms」등이 있으며, http://www.thegospelcoalition.org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 11.99달러(국내 미번역)
/진규선 목사
대신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기독교문서선교회(CLC)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