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 전역에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을 선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모든 신앙인들을 환영하고 존중하며 신앙을 누릴 불가침의 권리를 보호했기에 강한 국가가 되었다"면서 "우리가 미국에서 누리는 종교 자유를 기뻐하면서 우리는 다시금 전세계에 종교자유를 위해 헌신하려 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종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이날 오전 미의회 캐논하우스에서 기도회를 열고 국가 기도의 날을 지켰다. 이 행사에는 한인 목회자 가운데는 사상 최초로 한기홍 목사가 초청됐다. 크리스천엠버시의 바비 리틀 사무총장은 한 목사를 은혜한인교회의 담임이며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의 회장으로 소개했다. 은혜한인교회에 관해서는 55개국에 270명 선교사를 파송한 5,000명 규모의 교회라고 소개했으며 미기총은 4,500여 한인교회가 속한 단체라고 했다.

한인 최초로 워싱턴DC 기도회에 초청되어 기도한 한기홍 목사.
한인 최초로 워싱턴DC 기도회에 초청되어 기도한 한기홍 목사. 그는 이 자리에서 동성결혼을 죄로 선언해 많은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 목사는 “주님은 미국을 사랑하셔서 축복하셨고 이 나라를 초강대국으로 준비시켜서 가장 많은 선교사를 세계에 파송하셨습니다. 이 나라가 다른 가난한 나라를 도우며 세계 평화를 위해 군을 파병하게 하셨습니다”라고 한 뒤 “그러나 이 나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나고 있습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우리의 죄를 회개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믿음의 국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불순종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과 지혜를 부어 달라 기도한 후 “주님은 남자와 여자로 가정을 만드시고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셨는데 이 나라가 하나님의 법을 떠나 동성결혼을 인정하려 한다”면서 “이 죄를 용서해 주소서. 연방대법원이 각 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할 권한이 있음을 선언하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한인 목사가 미국 지도자들 앞에서 미국의 죄를 회개하면서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동성결혼 문제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기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AP통신 등 각 언론에도 보도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국가 기도의 날의 주제는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Lord, Hear Our Cry, 왕상8:28)로 미 전역 4만3천여 곳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국가 기도의 날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기도의 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이후, 1952년 의회의 결의에 따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해 법으로 제정됐다. 무신론자들에 의해 소송을 당해 2010년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2011년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으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당시 위헌 판결 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국가 기도의 날을 선포해, 이 행사가 미국 정치권에서 갖고 있는 위상을 재확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