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본받아
토마스 아 켐피스 | 포이에마 | 404쪽 | 15,000원
영성의 삶을 가르친 토마스 아 켐피스는 1379년에서 1380년 사이 존과 겔트루데 해멜캔(해멜캔은 '작은 망치'를 뜻한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장장이였고, 어머니는 조그만 어린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시절에도 토마스는 교육받기를 갈망했고, 독서와 명상의 조용한 생활을 원했다. 그가 즐겨 말하던 좌우명은 "나는 작은 책과 더불어 좁은 구석에 앉아 있는 것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결코 휴식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가 종교적인 생활이나 수도 생활에 대한 부르심을 느낀 것도, 그처럼 어린 시절이었는지 모른다. 토마스는 1406년 경에 청빈·순결·순종이라는 수도사 서약을 하였고, 1413년에는 33세의 나이로 사제 직분을 받았다.
1425년에 그는 수도원 부원장으로 임명되었으며, 갓 들어온 수도사들을 훈련시키는 직분도 맡게 되었다. 그는 1471년 6월 25일에 사망했는데, 성 아그네스 수도원의 연대기에는 "이로써 그의 삶은 완성에 이르게 되었으니, 이 때가 성 야고보의 축제일이었으며, 그의 나이 98세, 종교생활 63년째, 수도생활 58년째 되는 해였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1897년에 그의 무덤 앞에 하나의 기념비가 세워졌는데, 이는 전 세계 각지의 모금으로 세워진 것이었다. 그 비문은 이러했다. "토마스 아 켐피스를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명예를 위해서. 그의 이름은 어떤 기념비보다도 오래 남으리라."
물론 그의 가장 영구적이고 참된 기념비는, 성경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종교적으로 알려진 불멸의 작품 <그리스도를 본받아>라고 할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에 따르면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기독교 문학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이다. 존 웨슬리(John Wesley)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천 번을 거듭해서 읽더라도 결코 만족을 얻을 수 없다. 그 일반 원리들은 묵상의 씨앗들이다. 따라서 거기에 담긴 내용들은 고갈되는 법이 없다."
기독교 고전 중의 하나인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79·80-1471)의 본명은 토마스 해맬캔이다. 이 책의 1부는 영성 생활에 관한 권고, 2부는 내적 생활에 관한 권고, 3부는 내면의 위안에 관하여, 그리고 4부는 복된 성만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초기의 번역본은 3부까지 번역하곤 했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이, 책의 목적은 그리스도인에게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음으로써 완전한 길을 가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 이 책은 탐구적이고 영적이며, 그리고 전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1425년부터 1450년대에 이르는 동안 비밀리에 퍼져나가던 이 책은, 이후 수십년 내에 서유럽 전역에서 사랑을 받는 책이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하나님과 하나되는 최고의 목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는 것, 거룩한 십자가의 왕도를 따라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를 연구한 크루이스 박사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예수가 하늘로부터 이 땅으로 가져온 빛을 가장 완벽하게 반사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그리스도교 철학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일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예수님을 위해 자신을 무시한다면 그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이외의 세상적인 것들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보다도 예수님이 사랑 받으실 만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피조물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 피조물이 망할 때 함께 망할 것이요, 예수님을 품은 사람은 영원히 굳게 설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 분을 당신의 친구로 삼으십시오."
<그리스도를 본받아>에는 경건한 두려움 뿐 아니라 겸손과 평화의 정신이 숨 쉬고 있다. 만일 토마스가 죄악에 대한 회개와 우리가 거역했던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면, 그는 그러한 회개와 경외심이 지니는 궁극적인 목표가 곧 기독교인의 신앙과 참된 기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추어 볼 때 그가 비록 교리에 근거하여 이런 것들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는 올바른 입장에 서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죄악을 벗어나 은총 속에서 자랄 수 없다고 하는 무능의 고백이 그 하나요,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그로 인하여 우리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신감이 다른 하나이다.
토마스에 따르면, 평안할 때나 어려움 속에 있을 때나 사람은 오직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세상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은혜가 주어질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본받음을 통하여, 곧 그의 고난과 자기 부정의 길을 따라감으로써, 모든 사람은 그들의 마음을 세상적인 삶으로부터 내적인 삶으로 돌려놓을 수 있으며, 하나님에게만 소망과 신뢰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거나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 위와 같은 것들을 마음에 새겨 두었다면, 독자는 이 책이 얼마나 귀중한 고전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완전한 설명서가 아니라, 우리의 영적인 생활을 심화시켜 주는 일련의 명상들이라고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주 목사는 이 책의 영향력에 대해 "지난 500년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이 책이 끼친 방대한 영향력을 측량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 지혜의 깊이와 생각의 명료함, 그리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에 있어 아마 성경 다음 가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수도자가 쓴 작은 책 한 권이 많은 독자의 인생을 바뀌게 하고, 끊임없이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아 켐피스는 하나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과 깊은 겸손,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과 너그러운 이해심으로 인생의 참된 목적을 알고 그것을 성취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슬기롭고 신뢰할 만한 조언자가 되고 있다. 그의 생애와 저작은 후기 중세교회의 영적인 꽃이었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