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오전 9시 15분. 워싱턴 DC 국방부 주차장에서 한 여인이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그녀가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는 서부 아프리카를 다녀왔다는 말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국방부 주차장은 통제되었다. 그녀가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녀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보호장비를 갖춘 의료진에 의해 검사를 받았고 그녀와 같이 셔틀버스를 승객 22명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채 검사를 받았다.
오후 5시. 그녀는 서부 아프리카를 최근에 다녀온 적이 없었으며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병원의 발표가 나왔다.
지난 10월 16일. 달라스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흑인 여성이 구토를 했다. 승무원들은 그녀가 에볼라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며 그녀를 비행기 화장실에 격리했다. 구토는 고열과 함께 에볼라가 감염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다.
화장실이 있는 비행기 뒤쪽은 다른 승객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좌석벨트로 접근금지를 해 놓았다. 비행기 도착 후 검사해보니 그녀는 에볼라에 감염되어 있지 않았다.
이 에피소드들은 텍사스 달라스의 한 병원에서 에볼라에 감염되어 온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남자가 사망하고 이를 치료하던 2명의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되면서 미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28일 텍사스 달라스에 있는 텍사스 장로교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라이베리아 출신의 한 남자가 에볼라가 감염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가족 방문차 미국에 온 그는 고열 등으로 며칠 전에도 같은 병원 응급실에 왔지만 병원은 괜찮다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서 다시 응급실에 실려왔고 검사결과 치사율 70%에 달하는 에볼라에 감염되어 있었다.
그는 결국 지난 10월 3일 사망했다. 그러나 며칠 뒤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2명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이 알려지며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에볼라는 감염환자가 구토나 배변 등을 하며 나온 액체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간호사는 마스크, 장갑, 가글 등 몸 전체를 가리고 환자를 치료했을텐데 어떻게 감염되었냐는 것이다.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사 중 한 명이 자신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오하이오 클리브랜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왕복한 것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최고에 이르렀다. 같이 비행기를 탔던 다른 승객들과 그 간호원이 오하이오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에볼라가 전염되지 않았나하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에볼라로 사망한 라이베리아 환자를 직, 간접적으로 접촉한 텍사스 병원 관계자 120여명을 일일히 검사했다. 그 가운데 죽은 라이베리아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병원 실험실 책임자가 한 유람선에 탑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방정부는 해안경비대를 유람선에 보내 에볼라에 감염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사람의 혈액을 채취했다.
유람선 도착예정지인 멕시코 정부는 이 유람선의 입항을 거부했고 배는 텍사스의 한 항구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유람선은 지난 19일 그 책임자가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운항을 재개할 수 있었다.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원이 탔던 비행기에 동승했던 130여명의 승객들에 대한 검사도 이어졌다. 항공사는 그 비행기에 탔던 6명의 승무원들에게 21일동안 유급 휴가를 주었다. 21일 간 휴가를 준 것은 에볼라에 감염되면 잠복기간이 보통 21일이기 때문에 그 때가 되면 에볼라에 감염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비행기에 탔던 오하이오 한 병원의 13명 간호사들도 21일 간 유급 휴가가 주어졌다. 오하이오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그 비행기에 동승했는데 이 때문에 그 교사가 재직 중인 오하이오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전염되지 않을까하며 학교 문을 며칠 간 닫았다.
에볼라 공포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시라큐스 대학에서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에볼라가 많이 창궐하는 라이베리아에서 3주 간 취재를 벌인 워싱턴포스트의 한 사진작가 강연을 취소했다.
뉴저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서부 아프리카가 아닌 동부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가 학교에 오는 것을 금지했고 그 학생의 부모는 21일 간 기다린 후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다. 메인 주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달라스를 여행한 한 직원에게 21일 간 휴가를 보냈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와 병원들이 에볼라에 대한 초기 대응과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의회는 지난 16일 청문회를 열고 병원 응급실에서 에볼라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이를 관장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연방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명의 간호사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텍사스 병원 대표는 청문회에서 지난 7월 에볼라 환자 치료법에 대한 규정을 받아 이를 응급실 벽에 붙였지만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일일히 그 방법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시인하며 사과했다.
간호사 노조는 병원측에서 에볼라 환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준비와 교육이 없었다며 그 결과 간호사들이 이번에 에볼라에 감염되었다고 항의했다.
뉴욕에서는 지난 21일 간호사, 병원 관계자 등 수천명이 모여 에볼라 환자를 상대할 때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안전장비를 어떻게 입고 벗으며 사용하는지에 대한 교육에 참여했다. 이 교육은 간호사 등 건강분야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전임담당자를 임명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연방정부는 사람들이 에볼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시정하기 위해 블로그, 트위터, 인터넷 등을 통해 에볼라에 대한 바른 정보를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21일 서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은 뉴욕, 뉴저지, 시카고, 워싱턴, 아틀란타에 있는 5개 공항으로만 입국하도록 해 에볼라 환자의 미국입국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했다.
빌 게이츠 재단과 페이스북의 마크 주거버그는 에볼타 퇴지를 위해 각각 5천만 달러와 2천5백만 달러를 질병통제예방센터에 기부했고 제약회사인 존스 앤 존스는 빠른 시일 내 에볼라 백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 에볼라에 감염된 2명의 간호사의 상태가 호전되고 미국 내에서 추가로 에볼라에 감염된 소식이 나오지 않자 지난 2주간 미국사회에 팽배했던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누그러지면서 미국인들은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고 있다.
<기사 및 사진 :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