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전도
레너드 스윗 | 두란노 | 340쪽 | 15,000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남자 화장실 모든 소변기에는, 중앙 부분에 검정색 파리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대개 '볼일'을 볼 때 조준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변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십상인데, 눈앞에 목표물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고 자연히 발사물을 변기 가운데에 맞출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 그래서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도 '파리 열풍'이 불었었다.
이는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는 책 <넛지> 열풍 때문이었는데, 책의 저자들은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영단어 넛지(nudge)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조금 어려운 말로는 행동경제학상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설계자들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이자 복음 전도자인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넛지 전도'를 제안한다. 그의 신간 <넛지 전도>의 부제는 '전도 불가능 시대의 전도법'. 스윗 박사가 말하는 '넛지 전도'는 사랑의 동기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 영혼에 양분을 공급하는 '씨 뿌리기'이다. 싹이 나고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라'는 것.
넛지 전도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가까운 관계 속에서 일어나며, 반드시 환영받고 상호적이어야 한다. 넛지 전도는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다. 전하는 사람(그는 '넛저'라 부른다) 안에 있는 두려움이나 어떤 필요에 따라 행하는 넛지 전도는 최선이 아니다. 사람들을 결단으로 이끌기보다는 감동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결단의 필요성을 무시하진 않는다.
한 마디로, 넛지 전도는 사람들을 강제로 앉히거나 무릎 꿇리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밀어서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도는 다른 사람들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는 비난하며 접근하는 방법이다." 넛지 전도는 하나님의 진노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더 초점을 두며, 죽음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더 염려한다.
넛지 전도는 세 가지 '혁명적인 개념'을 따른다. 첫째, 예수님은 살아 계시며 우리 세상에서 활동하신다. 둘째,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은 예수님이 지금 어디서 살아 움직이고 계신지 알 만큼 예수님을 충분히 잘 '안다'. 셋째, 전도자들은 세상을 '넛지'하여 살아서 활동하시는 예수님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이 살아서 움직이시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넛지한다. 이러한 넛지를 저자는 '작은 구원'이라 부른다.
'불신지옥'은 공포영화 제목으로나 소비되는 21세기 한국 또는 선진국 사회에서, 여전히 넘치는 사랑과 열정으로 사람들을 구원과 생명으로 인도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책이 제시하는 '방법적 측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2부에서 '당신의 오감으로 예수님을 넛지하라'고 권면한다.
"우리가 아는 복음 전도는 효과가 없었다. 때로는 너무 공격적이라 좀 자제시키고 싶었거나, 아니면 너무 절제되어서 명령을 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의 전략들은 좋게 말하면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고, 나쁘게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우리는 출애굽을 통해 살아왔지만, 성경적인 출애굽이 아니었다."
저자는 책에서 '관계 전도', '삶으로 전달하는 복음', '외투를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 등의 명제를 '포스트모던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놓았다. 프롤로그와 1부 1장만으로도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대충 파악할 수 있지만, 끝까지 읽는다면 성경을 토대로 한 그만의 독특한 시대적 통찰이나 스토리텔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