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믿음으로
존 맥아더 외 | 지평서원 | 192쪽 | 9,000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여러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와 교황 무오설, 행위구원 등 교리적 문제점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개혁신학포럼 주최 좌담회에서 서창원 박사(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장)는 "종교개혁부터 시작된 우리의 신학적 전통을 굳게 붙들고, 개혁주의 정신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가톨릭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혁교회의 교리들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평서원의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4권 <오직 믿음으로(Justification by Faith Alone)>는 '다섯 명의 개혁주의 신학자가 명쾌하게 설명하는 칭의 교리에 대한 확실한 증언'이다. 존 맥아더가 '루터 이전: 예수님과 칭의 교리'를 비롯,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를 주제로 스프롤은 '칭의 교리의 법정적 특성', 조엘 비키는 '믿음과 칭의와의 관계', 존 거스너는 '의롭다 하는 믿음의 본질', 돈 키슬러는 '더하는 것이 오히려 결함이 되다'를 각각 기고했다. '오직 믿음으로', 즉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시대 개혁주의 거장들이 직접 나서서 이를 정리하고 있는 것.
왕성하게 집필 활동 중인 존 맥아더 박사는 첫 글에서 "복음주의 신학에서 종교개혁의 원리, 곧 이신칭의 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성경적 칭의 교리는 이를 남용하여 성화를 분리시켜 도덕 폐기론으로 빠지는 이들이나, 칭의와 성화를 뒤섞어 인간의 의로운 행위를 칭의의 본질로 여기는 이들(가톨릭)의 두 측면에서 전심을 다해 수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맥아더 박사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복음'을, 종교개혁자들에 대응해 모인 16세기 트렌트공의회(Council of Trent)에서 찾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규범과 법령들은 오늘날까지 로마교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중요하다는 것. 이 공의회는 신자가 신적 은혜로 구원받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행위를 의롭게 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제시했다. 그리하여 은혜를 '은혜 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맥아더 박사는 "그들이 묘사하는 '의롭게 됨'의 교리는 사실상 하나님 은혜를 부패시키는 '다른 복음'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트렌트공의회는 또 '의롭게 함'을 죄인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과정'으로 봄으로써 성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과정이라 주장했다. 또 죄를 지은 신자들에게 반드시 '종교 의식(고해성사)'을 통해 의롭게 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오직 믿음으로'의 원칙을 명백하게 부정하고 '믿음+행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복음'에 대해, 그는 "그리스도께서 (바울이 그러했듯) '칭의 교리'라는 형식적인 표현을 사용하시지는 않았지만, 이신칭의는 주님의 복음 설교와 모든 가르침에 충만하게 스며 있는 기본 원리(요 5:24, 눅 23:43, 마 9:22; 막 5:34, 10:52; 눅 8:48, 17:19, 18:42)"라고 설명한다. 그는 "예수님은 칭의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다는 것을 가르치셨다"며 "예수님은 추상적인 신학을 제시하시지 않았고, 우리를 위해 비유를 들어 이 요점을 분명하고도 쉽게 가르쳐 주셨다"고 평가했다.
트렌트공의회는 '전가된 의' 대신 '은혜가 신자의 마음에 주입됨으로써 신자의 마음에 의(신자 자신의 의)가 내재하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맥아더 박사는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상기한다. 그는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충만하고도 완전한 의를 세리에게 전가하심으로써 모든 불의를 용서하고, 모든 정죄에서 그를 해방하셨으며, 세리를 의롭다고 선언하셨다"며 "그 이후로 영원토록 세리는 자신에게 전가된 완전한 의를 근거로 하나님 앞에 설 것이고, 이것이 바로 칭의이고 참되고도 유일한 복음"이라고 말했다.
맥아더 박사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의 견해 차이는 사소한 신학적 차이가 아니다"며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이해는 실로 복음의 기초이자 근간으로, 이 점에 관하여 잘못된 길을 걸어간다면 당신이 믿는 다른 모든 교리들 역시 잘못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하기에 '다른 복음'은 하나님의 영원한 저주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이신칭의 교리는 루터가 고안해 낸 것도 아니고, 어거스틴에 의해, 그리고 바울과 예수님과 모세에 의해 선포된 가르침으로, 심지어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 지어 입히신 가죽 옷을 통해서도 이 교리를 보여준다"며 "루터는 단지 지난 수 세기 동안 참된 그리스도인들이 이해해 왔던 그것을 다시금 진술했을 뿐으로, 그것이 바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진리"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존 거스너는 또 스콧 한과 킴벌리 한의 '행복한 고향인 로마 교회(Rome Sweet Home)'에 대한 답변으로 '가톨릭은 돌아갈 고향이 아니다'를 부록에 저술했다. 장로교도였다가 로마가톨릭교회로 개종한 스콧 한은 아내 킴벌리 한과 함께 쓴 이 책을 통해 개종 전 거스너와 나눈 대화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면서, 거스너가 자신의 주장에 논박하거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거스너는 이에 대해 "스콧이 믿음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 믿음을 배격하고 떠났다"고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21세기 리폼드 시리즈'는 싱클레어 퍼거슨의 <오직 은혜로>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조엘 비키의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로버트 갓프리의 <예기치 못한 여행> 등 종교개혁 신앙을 이어받아, 현대 사조에 굴하지 않고 복음을 수호하는 이 시대 거장들의 저작들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