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산상수훈
문정식 | 세움북스 | 246쪽
익숙한 것들에서는 큰 감동을 얻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일상의 언어와 자주 접하는 텍스트들은 신선함을 잃어버려, 처음 그것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나 느낌은 날이 갈수록 무뎌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언어에는 한계가 있기에, 문학가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평범한 것들을 재료로 생략과 일탈, 반어와 풍자 등 '낯설게 하기'를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서', 같은 텍스트를 반복해서 읽더라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신앙생활로 매너리즘에 빠진 성도들을 위해, 내용이 아닌 방법론적 차원에서 '낯설게 하기'를 시도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읽는 산상수훈>은 제목 그대로 마태복음 5-7장의 산상수훈을 '거꾸로' 읽음으로써 "그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더 풍성한 진리를 듣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산상수훈을 다루면서 상고(詳考)하는 순서인 5-7장 순이 아니라 역으로 결론인 7장 마지막에서 출발하여, 가장 초두의 '팔복'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
저자인 서울열린교회 문정식 목사는 산상수훈의 마지막인 7장 24-27절 '반석과 모래성 비유'가 "마태복음 5-7장의 산상수훈 설교를 살피는 기반"이라고 말한다. "주님께서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가르쳐주셨던 가르침의 핵심이 결론부인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으로, '거꾸로 읽기'의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일반적으로 '산상수훈' 하면 팔복과 '소금과 빛' 비유, '원수를 사랑하라' 등이 있는 5장과 '주기도문'이 담겨 있는 6장 전반부가 7장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회자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저자는 18편에 걸친 산상수훈 설교를 7장부터 역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결론부이자 산상수훈 가르침의 핵심으로,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마 7:15-27)' 설교에서, 저자는 "우리는 성경의 말씀을 잘 알지만, 문제는 그렇게 말씀을 따라 살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즉 진리로 자신의 기초를 쌓는 일에 매진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24-27절과 관련해 "진리를 따라 사는 힘을 기르고, 진리로 말미암는 능력을 기르는 일은 언젠가 몰아칠 비바람만을 대비하려는 일시적 대응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며 "일상과 전 생애를 볼 때, 진리에서 우러나오는 무궁한 기쁨을 즐기고 그로부터 이어져가는 복의 계승을 보는 일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신앙에 있어 너무나 실용적이지만, 실용적이거나 당장의 이익을 넘어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그러기에 나중에 보면 그 길이 때로는 힘든 것 같지만 결국은 더한 결과를 얻게 되는 그 맛과 즐거움을 모두가 알기 바란다"며 "이렇게 7장부터 거꾸로 살피는 산상수훈의 교훈을 잊지 말고, 진리가 우리의 삶과 뼈대가 되어 예수님을 믿고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마음껏 누리는 기쁨의 소리가 집집마다, 가정마다, 그리고 우리의 얼굴과 말에서 풍겨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