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 바디스
헨릭 시엔키에비츠 | 민음사 | 전 2권
<쿠오 바디스>는 폴란드의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츠의 작품이다. 작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폴란드의 역사 소설가로, 조국 폴란드의 독립을 위해 해외로 망명하여 투쟁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1895년 3월 바르샤바의 한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 줄거리를 들여다 보면,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장래가 유망한 젊은 장군 마르쿠스 비니키우스(Marcus Vinicius)는 우연한 기회에 퇴역한 아울루스 플라우티우스(Aulus Plautius) 장군이 딸처럼 키운 리기아(Ligia)라는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을 알게 되어 깊은 사랑에 빠진다. 리기아가 땅에 그린 물고기 그림의 의미를 모르는 그는, 네로의 심복으로서 총애를 받는 외삼촌 페트로니우스에게 청하여 리기아를 강제로 아울루스의 집에서 빼내어 황제의 연회에 참석하게 한다. 왕에게서 정치적 포로인 리기아를 하사받으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사치와 향락이 계속되는 황제의 연회에 참석하게 된 리기아는, 틈을 타서 자신을 호위하는 거인 우르수스와 함께 비니키우스의 손에서 벗어난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향한 연정으로 괴로워하며 그녀를 찾아 헤매고, 킬로니데스라는 한 사기꾼을 통해 그녀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비밀집회 장소를 알아내고는 밤에 그곳을 찾아간다. 리기아의 뒤를 밟다가 우르수스의 괴력에 부상을 당한 비니키우스는, 적의에 찬 자신과 킬로를 향한, 리기아와 그리스도인들의 친절한 보살핌과 용서에 놀라게 된다.
그 결과 기독교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과 리기아에 대한 잘못된 사랑도 변화되어간다. 리기아는 비니키우스의 사랑에 연민과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신앙적 순결이 더럽혀지는 것 같은 느낌에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네로의 방화로 로마에 대화재가 발생하여 한동안 헤어졌던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약혼을 하고,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교도가 된다. 네로는 로마의 화재에 대한 책임을 그리스도교도에게 뒤집어씌워 대학살을 시작한다. 리기아도 원형광장에 끌려나와 위험에 처하지만, 우르수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이어 병사들의 반란으로 네로는 자살하고, 비니키우스와 리기아는 시칠리아의 한 섬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이 고전적 역사소설은 고대의 이교적 세계관 헬레니즘과 기독교 신앙과의 투쟁을 그리고 있는데, 후자가 승리하게 되는 필연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궁극적 목적은 당시 정치적 독립을 빼앗기고 열강의 압제로 괴로움을 겪던 동족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려는 데 있었다.
<쿠오 바디스>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역사적으로 실존했으며, 다만 리기아와 비니키우스 두 사람은 작가가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 소설에 "올바른 자는 무력을 쓰지 않아도 꼭 이긴다", "사악한 권력은 그 사악 자체에 의해서 반드시 멸망한다"는 낙천적인 신념을 담고 있다. 제목 <쿠오 바디스>는 라틴어로,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물은 말,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에서 따온 것이다.
시엔키에비츠는 1916년 11월 15일 조국 폴란드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70세를 일기로 스위스 베베이(Vevey)에서 눈을 감았으며, 2년 후 그의 유해는 광복된 조국 폴란드로 옮겨져 바르샤바의 성 요한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시엔키에비츠는 세상을 떠났지만, 세계적 고전 역사소설인 <쿠오바디스>는 박해받는 폴란드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고, 세계인의 가슴에 정의와 진리의 승리를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남아 있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