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

린위탕 | 포이에마 | 372쪽 | 15,000원

"나는 긴 여행 끝에 인간 영혼의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답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기독교로 돌아온 것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시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즐거운 현실주의로 흥겹고 유쾌하고 합리적으로 세상을 포용하던 태도를 버리고, 기독교 '신앙'이라는 미심쩍고 형이상학적인 실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 예수의 가르침은 독자적인 범주를 형성하는데, 유일무이하고 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가르침을 준다."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는 <생활의 발견>으로 유명한, 중국의 작가이자 철학자 임어당(린위탕·林語堂)이 쓴 '매혹적인 기독교로의 지적 순례기'이다.

제목만 보면 '회심기'나 '간증집' 같지만, 읽어보면 동양인이 쓴 '종교 비평서' 같다. 22년 전 명저 <생활의 발견>을 통해 기독교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저자는 65세에 이르러 쓴 이 책에서, 왜 '긴 우회로를 돌고 돌아' 다시 기독교로 돌아오게 됐는지 밝히고 있다. "나는 내 도덕성에 대한 직관적 지각과 중국인들이 잘 감지하는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신호'에 이끌려 기독교회로 돌아왔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그 과정은 만만하지도 쉽지도 않았고, 내가 오랫동안 믿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버린 것도 아니다."

저자는 유교 인본주의의 대저택에 한동안 기거했고, 도교라는 산봉우리에 올라 그 장관을 보았으며, 무시무시한 허공 위에서 흩어지는 불교의 안개를 엿본 후에야 최고봉에 해당하는 기독교 신앙에 올라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햇살 가득한 세상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자와 공자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장자를 파스칼로 각각 빗대는 등, 서양인들에게 동양 사상을 상호배타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점을 은연 중에 이야기한다.

이후에는 "우주를 정신과 물질이라는 두 개의 분리된 구획으로 편리하게 나누면서 유럽의 지적 질병을 만든" 데카르트의 방법론과 스콜라 철학이 오히려 종교를 어지럽게 만들었다면서, 저자는 "여러 가지 종교적 믿음과 신경과 교리가 혼란스럽게 펼쳐진 한가운데 하나님을 믿는다고 털어놓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불·선에 대한 그의 설명도 매력적이지만, 합리주의와 유물론을 비판하는 그의 통찰은 더욱 그러하다. '기독교' 사상과 문화를 잉태한 유럽에서 '무신론'과 '유물론'도 탄생시켰다는 아이러니를 꼬집는 듯하다.

"유물론자의 딜레마는 풀리지 않는 골칫덩이가 아닌가 싶다. 나는 위에서 가상으로 제시한 하나님과의 대화에서 모든 물리화학적 설명이 '어떻게'는 보여주지만 '왜'는 보여주지 못함을 지적했다. 모든 과학이 그렇다. ... 다윈주의는 이런 딜레마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저자에게 '예수'는 '장엄한 빛'이다. "모든 나라의 모든 현인과 철학자와 학자들의 세계가 촛불이라면, 예수의 세계는 햇빛이다. 눈으로 덮인 세계의 빙하 위로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아오른 융프라우처럼, 직접적이고 명료하고 단순한 예수의 가르침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다른 수고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는 예수만의 독창적이고도 범접하기 어려운 태도와 가르침에 마지막 장에서 경의를 표한다.

물론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지 않다. 원죄 개념이 너무 신비주의적이라거나, "하나님이 우리 어머니의 절반만큼만 나를 사랑하신다면 나를 지옥에 보내지 않을 것임을 안다"며 천국과 지옥의 존재가 '나의 결론(기독교 귀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 이런 점에서 책을 번역한 홍종락 씨가 후기에서 밝혔듯 '임어당이 정말 회심했는가?'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은 적이 없고, 끊임없이 만족스러운 예배 형태를 추구해 왔지만, 교회의 신학이 나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이교도 시절'에도 여러 차례 부담없이 교회 예배에 참석해 봤는데 그때마다 실망만 하고 돌아섰고, 칼뱅주의는 하나님과 사람에게 끔찍하게 불친절했다고 한다. "반면, 그리스도의 비길 바 없는 가르침, 인간이 이제껏 들은 것 중 가장 영광스러운 가르침 속에는 설득력 있는 삶의 이상이 담겨 있다."

읽으면서 계속 떠오른 책은 C. S. 루이스의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이었다. 루이스는 이 책을 '영적 회심기'라고 밝혔지만, 그가 말하는 회심은 마지막에 가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이스는 내내 짐짓 모른 체 뒷짐을 지고 '기쁨'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는데, 임어당도 이 책에서 (서양인들은 잘 모를) 동양의 종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영성의 빛을 향해 더 높은 곳을 추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어령 박사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와도 견줄 만하다.

'진리를 찾는 어느 지성인의 오디세이'를 부제로 한 이 책은, 뻔한 간증류가 아니어서 불신자나 특히 청년, 지식인들에게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