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회자들이 은퇴 정년으로 꼽는 65세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선교사가 있다. 바로 백예철(74), 백송자 선교사다. 이들은 선교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유동선교사가 아니다. 선교지로 삶의 터전을 옮겨 장기선교사로 헌신했다. 그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안정적인 목회를 뒤로하고 아프리카 잠비아로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잠비아는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사람들은 각종 기생충과 병원균에 노출되어 있다. 그 때문에 평균 연령은 36세에 불과하다. 인구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으로 주식은 옥수수 가루이며, 대체로 옥수수 가루 죽으로 하루에 한끼 식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영양 부족이 극심한 상태다. 또 아이들을 많이 낳는 일부다처제 문화 가운데 전 국민의 25%가 에이즈로 통계되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 인구의 절반을 에이즈 환자로 추산하고 있다.

잠비아는 현재 90% 이상이 크리스천이란 통계가 있지만 실제로는 토속신앙과 결부된 신앙이고 이단도 많아 어느 곳보다도 제대로 된 복음이 필요한 곳이다. 백 선교사 부부는 예배를 드릴 공간도 없고, 주위엔 광활한 벌판 뿐인 땅 잠비아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영국의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데이빗 리빙스턴이 복음을 최초로 전한 곳' 잠비아에서 신학교육과 함께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백예철 선교사는 신학교육과 함께 27개 시골교회를 관리하며 현지인 목회자를 교육하고 있다. 백송자 선교사는 사람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재봉틀을 가르치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 위생 및 에이즈 방지 교육, 우물 사역 모두 그들의 몫이다. 

맨발의 아이들과 공을 차는 70세 할아버지 선교사로도 유명했던 백예철 선교사는 "내 인생가운데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한다. 모두가 "마무리", "안락함", "쉼"을 이야기 할 때, 그는 하나님 앞에 인생을 내어 맡겼다. 그런 그에게 새롭게 주어진 삶은 잠비아 선교사 였다.

백예철 선교사가 잠비아 현지인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장면
백예철 선교사가 잠비아 현지인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장면

메마른 영혼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어린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주고, 제 남은 삶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 얼마나 뜻 깊은 일인지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고 있는데, 하나님의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제 생에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몇 해 전, 서울대에 진학한 잠비아 청년 켄트 카마숨바는 한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다.

카마숨바 군의 고향은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오지다. 들녘에서 딴 과일과 채소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살았던 그는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카마숨바 군은 백예철 선교사의 도움으로 본국 경남의 대안학교 지리산고교에 입학했고, 입학 7개월 만에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행운'(?)을 얻었다. 최근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고국으로 돌아가 잠비아를 일으키겠다'는 인생의 구체적인 계획도 갖게 됐다.

백예철, 백송자 선교사는 "65세의 나이를 인생의 정리단계로 생각했다면, 고단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잠비아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작은 헌신과 결단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물 파는 일을 함께 지켜보다가 물이 터지자 기뻐서 환호하는 장면
우물 파는 일을 함께 지켜보다가 물이 터지자 기뻐서 환호하는 장면

'물'은 생명이다

백 선교사 부부는 루사카 인근 오지를 돌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교회 지도자 교육을 하는 사역 외에도, 우물 사역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물을 얻기 위해 대략 4-5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이들에게 물은 생명과도 같다. 물이 귀한  나라에서 깨끗한 물로 몸을 씻거나 빨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질병이 많고 고통도 크다.

백 선교사 부부는 현지 교회 마당 인근에 우물을 판다. 물을 파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은 흙으로 그들이 살 집을 짓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아오고, 교회는 부흥한다. 사람들은 교회에서 판 우물임을 알기에 교회는 그들에게 매우 특별하다. 그렇게 지금까지 판 우물이 13곳이 넘는다.

오는 6월 그들은 또 다른 우물을 파고 교회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백 선교사는 "하나님 앞에 설 때,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거듭난 인생의 삶을 보여드리길 원한다"며 "하나님의 잃어버린 영혼을 구하는 일에, 나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고 주님 앞에 서자"고 사람들의 마음에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아프리카 잠비아 우물파기에 동참한 타코마제일침례교회 최성은 담임 목사와 백 선교사 부부
아프리카 잠비아 우물파기에 동참한 타코마제일침례교회 최성은 담임 목사와 백 선교사 부부
백송자 선교사가 잠비아 가정의 자립을 위해 재봉틀을 교육하는 장면
백송자 선교사가 잠비아 가정의 자립을 위해 재봉틀을 교육하는 장면
잠비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끼 먹는 식사
잠비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끼 먹는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