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란 무엇인가
알리스터 맥그라스 | 복있는사람
"기독교 신학은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씨름해 볼 만한 주제다. 나는 기독교 신학이 누구라도 공부하고 싶어할 만큼 큰 매력을 지닌 학문이라는 확신을 품고 이 책을 썼다. 그리하여 이 책의 목적은 신학 공부를 가능한 한 쉽고 보람찬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
성경을 제대로 읽기도 힘든 성도들에게 신학은 높은 산과 같다. 조직신학, 성경신학, 실천신학, 역사신학을 비롯해 세부 항목까지 '장르'도 다양하고, 용어도 낯설다. '신학의 대중화'를 내건 TV 프로그램은 되려 난해한 신학 논쟁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신학이란 무엇인가>는 훌륭한 신학 참고서이자, 곁에 오래 두고 읽을 책이다. 사륙배판으로 1천 페이지가 넘는 육중한 분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의 저자인 신실한 신학 안내자 덕분이기도 하다. 저자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McGrath)는 1993년 이 책 를 첫 저술한 후, 시간과 학문의 발전에 따라 '업데이트'를 계속해 2011년 '완전개정 제5판(An Introduction 5th)'을 출간했다.
오랜 동안 '기독교 신학 입문'을 강의해 온 저자는 이 책을 '기독교 사상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기 때문에, 무엇보다 읽기가 어렵지 않다. 저자는 "독자들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스스로 탐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소개하고 설명하려 했다"며 "이러한 접근법은 큰 성공을 거뒀고, 많은 독자들은 기독교 신학이 지적으로 흥미롭고 영적으로 깊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음을 알려줬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요즘 서구에서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 중 많은 이들은 갓 회심한 사람들로, 과거 세대와 달리 기독교의 본질과 전문 용어, 그 사상의 구조에 관해 물려받은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는 시대·주제·인물로 본 기독교 신학으로, 교부시대(100-700년)와 중세·르네상스(700-1500년), 종교개혁 시대(1500-1750년)와 근현대(1750-현재)로 나눠 기독교 2천년사를 개괄한다. 2부에서는 신학의 원천과 방법을 둘러싼 논의들, 그리고 다양한 신학 논쟁들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신론과 삼위일체론, 그리스도론과 교회론, 성례전 등 조직신학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신학의 주요 주제(교리)들을 다루면서, 전통 교리에 대한 기독교의 성찰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역사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기독교 신학이 긴 시간 동안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알게 될 뿐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존 칼빈과 칼 바르트 등 주요 인물들도 소개받게 될 것"이라며 "기독교 신학의 거창한 문제들과 씨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중 많은 것들이 이미 다루어진 것임을 알게 되고, '전통'이라는 개념에는 과거의 신학적 유산을 진지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포함되므로 과거 기독교의 주요 인물들의 목소리와 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꼭 책에서 정한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17장 '기독교와 세계 종교들'이다. 오랜 기간 '기독교 세계(크리스텐덤)' 안에 살던 서구인들은 19세기 말 이후 선교의 확장과 세계화로 인해 '종교적 다양성' 아래 놓이게 됐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해명하는 일이 필요하게 됐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를 연구하는 방법을 비롯해 종교의 정의 및 포이에르바하·마르크스·프로이트·뒤르켐·엘리아데 등과 바르트·본회퍼 등이 주장한 종교 이론과 배타주의와 포괄주의, 다원주의 등 이웃종교를 바라보는 주요 시각들을 각각 소개한다. 저자는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서구 사회 속에서 등장하는 다문화주의의 자극을 받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되리라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네덜란드·독일·러시아·이탈리아·일본·중국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이 책은 국제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저자는 "책의 분량만 보고 겁먹지 말기를 바란다"며 "이 책이 방대한 이유는 많은 내용을 포괄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이 한 권만으로도 웬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고서로 의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집'이 아니라 '참고서'이기에, 책은 '전과'처럼 두껍고 어느 한쪽의 신학 사조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유지했다.
맥그라스 교수는 한국 독자들을 향해 "신학의 세계를 즐겁게 맛보기를 소망한다"며 "여러분이 있다는 것은 내게 크나큰 기쁨이자 특권"이라고 말했다. '복습'이 가능하도록 각 장 마지막에 '돌아보는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