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어떻게 살까요
남성현 | 예책 | 272쪽
"이집트 사막에 살던 한 기독교인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 부근에 다다른 그 사람은 어떤 자가 낯익은 물건을 나르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보니 그 물건은 자기 집에 있던 것들이었다. 그가 외출한 사이를 틈타 도둑이 물건을 훔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도둑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자, 도둑은 '보다시피 물건을 나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도둑에게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도둑은 그 도움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명한 '사막 기독교인'에 얽힌 일화이다. 황제의 가정교사였던 아르세니오스는, 황실의 화려한 삶을 버리고 이집트 사막으로 들어와 여생을 보냈다. 이집트의 사막에서 아르세니오스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명성이 퍼져 나갔다.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들이 들으면 까무라칠 법한 이 일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그는 도둑을 도와 자신의 물건을 함께 날라 주었다. 도둑이 떠난 다음,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서 돗자리 밑에 숨겼었던 지갑을 발견했다. 그는 뛰쳐나가 도둑을 뒤따라가서, 빠진 물건이 있으니 마저 가져가라고 하면서 지갑을 전해 주었다."
아르세니오스가 도둑에게 지갑마저 기꺼이 넘기고 난 다음 읊조린 성경구절은 '모태에서 적신으로 나왔은즉 적신으로 돌아갈지라'는 욥의 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막 기독교인들은 도둑을 도둑이라 정죄하는 대신 도움을 베풀었고, 잘잘못을 초월하는 삶을 고상한 것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이 시대를 연구하는 자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천사 같은 삶'이라 부른다.
<하나님, 어떻게 살까요?(예책)>를 쓴 남성현 교수(한영신대)는 이 '지갑까지 내준 아르세니오스'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에덴의 동쪽에 터를 굳건히 한 가인의 후손인 우리로서는 옳고 그름을 넘어선 천사 같은 삶이 너무나 요원하지만, 바로 그 요원함 때문에 천사 같은 삶을 더 동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것을 훔쳐가는 자를 도와주고 더 보태주는 경지에 이르는 게, 나라는 자에게 어찌 가능할 것인가 말이다."
읽다 보면 '사막의 은자' 안토니우스를 비롯해 개신교가 소홀히 하는 초기 수도사들의 삶에서 보석 같은 지혜들을 캐어내고, 당시와 너무나 달라진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