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 신학과 신앙
서창원 | 지평서원 | 432쪽
'청교도 불모지'였던 한국교회에 지난 20여년간 청교도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저작을 알리는 데 힘써 온 서창원 목사(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장)가 그 동안 연구 성과들을 모아 <청교도 신학과 신앙(지평서원)>을 펴냈다.
서창원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로이드 존스 목사가 세운 런던신학교에 최초의 한국인 학생으로 입학, 청교도들의 저서들을 접하며 그 흔적들을 몸에 익혔고, 에든버러 프리처치에서 한국인 최초로 신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1991년 총신대 신대원에서 강의하면서 청교도 신학과 신앙을 보급해 왔다.
서 목사는 '21세기 오늘날에도 왜 청교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신약성경에 기초하고 있는 초대교회의 원리에 충실하고, 오직 성경을 근거로 하는 종교개혁자들의 교훈을 토대로 개혁교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만이 21세기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 확신한다"며 "그러한 의미에서 17세기 영국 청교도들은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적절한 가르침을 전하는데, 그들은 모든 시대와 인간에게 적용되는 '하나님의 진리'를 위해 살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교도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다. 자유주의 신학 사조로 구미 각국에서 교회가 쇠퇴하다 못해 몰락할 지경에 이르게 되자, 신앙적 각성이 일어나면서 영국의 로이드 존스 등의 설교자들이 영적 회복을 위해 자신들의 역사 속에서 발견한 청교도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를 통해 영국교회에 회복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신·구약 성경 밖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성경적인 사람들(피터 루이스)"이었던 청교도들의 가르침을 바르게 익히기만 한다면, 한국교회도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 있고 하나님의 자녀들을 다시 양성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을 중시하고, 무엇보다 성경적 교리와 삶의 실천을 강조하는 등 청교도들의 특징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그러나 '청교도(Puritan)'라는 명칭은 마치 사도행전에서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는 단어가 처음 생겼을 때처럼 조롱의 뜻이 담겨 있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적지 않다. 저자도 "지나치게 엄격하고 괴팍하며 딱딱한 율법주의자들, 반역적이고 비판적이며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작당들"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와 종교의 갈등 속에서 순수하게 개혁하려는 청교도들의 의도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매도당한 면들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왕권 강화에 종교를 이용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 국가교회(영국 국교회) 사이를 줄타기하던 영국 여러 왕들로부터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청교도 운동은 17세기 중엽 활발히 일어났다. 이들의 운동은 대대적인 핍박으로 100여년 만에 소멸됐지만,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떠난 이들에 의해 미국에서 또다시 부흥운동이 타오르게 되기도 했다.
청교도 신앙운동의 특성은 △오직 성경과 개인의 경건생활 △주일 성수와 국가관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개인적 경건생활'을 신앙행위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간주, 성경 읽기과 개인 기도시간을 철저히 준수했다. 성경은 무오성 뿐 아니라 절대 충분성(Sufficiency)을 믿었고, 삶 전체에 성경을 달성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기도문 대신 즉흥적으로 기도했고, 가정은 '그리스도의 학교'로서 교회에서 배운 건전한 가르침을 접목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당시에 가장 잘 알려진 청교도로는 로버트 볼튼, 로버트 해리스, 제레마이어 버로우즈, 윌리엄 가우지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1640-1660년에 살았던 토마스 굿윈, 토마스 맨튼, 스테판 차녹, 존 오웬, 리차드 벡스터, 존 번연, 존 플라벨, 윌리엄 브리지, 데이비드 클락슨, 조지 스윈녹, 리차드 십스, 존 하웨 등의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들의 신앙을 이어받은 이들이 조나단 에드워즈와 조지 휫필드, 찰스 스펄전, 마틴 로이드존스 등이다. 한국에서는 진리의깃발사, 청교도신앙사, 부흥과개혁사, 지평서원, 생명의말씀사, 기독교문서선교회(CLC) 등이 이들의 작품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있다.
서창원 목사는 "지금 조국 교회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도입해 실시했지만, 진리의 기둥과 터여야 할 교회는 사람들에게 안정과 생명과 위로를 주기는 커녕 방향을 잃고 여전히 거센 파도에 휩쓸려 도리어 사람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있다"며 "교회는 주변의 풍랑이 어떠하든 강인한 영력으로 헤치고 소망의 항구를 향해 달려가야 할 항해의 이유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실천적 행위에 관하여 기독교 역사상 가장 탁월한 본을 제시한 사람들이 바로 17세기 청교도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 목사는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선생이라면 청교도는 우리와 그리스도를 보게 하는 거울"이라며 "동시에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 존재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사람이 돼야 할지를 명백하게 제시해 준다"고도 했다. 그는 "청교도들은 세상과 병행하고자 하는 정신을 가장 싫어했다"며 "세상의 사랑을 구애하는 현대 교회를 향한 질책과 도전과 교훈이 오직 성경제일주의의 신앙을 갈구한 청교도들에게서 찬란하게 흘러내릴 것이고, 이들이 현대 교회가 안고 있는 무수한 문젯거리들에 대한 해답을 능숙하게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청교도의 목회신학과 그 원리부터 시작해, 교회론과 목회신학, 목회와 설교, 설교관과 성경 해석, 예배관, 인간론, 성령론, 주일 성수, 경건생활, 가정관, 나눔과 섬김까지 망라해 '청교도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