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스 언더우드와 함께한 조선
릴리어스 H. 언더우드 | 아인북스 | 384쪽
<호러스 언더우드와 함께한 조선(원제 With Tommy Tompkins in Korea)>은 한국 최초의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사모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Lillias Horton Underwood·1851-1921) 여사가 쓴 '조선 견문록'이다.
언더우드 여사는 "행복한 서양인 꼬마 소년의 가정과, 어둠 속에 태어난 동양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비교해 대조적인 삶을 보여주고 싶다"며 1905년 서울에서 이 글을 썼다. 여사는 이를 통해 '어떻게 해야 이 조선의 어둠이 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와 관련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려 했다고 한다.
여사가 말한 '행복한 서양인 꼬마 소년'은 언더우드 선교사 부부의 외아들이자 책 제목에도 나와 있는 호러스 언더우드(Horace Horton Underwood·1890-1951, 한국명 원한경)이다. 그의 생애를 통해 조선을 바라본 것. 원제에 나오는 '토미 톰킨스'는 그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어둠 속에 태어난 동양의 가난한 어린이들'은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고아학당에서 자란 아이들로, 이곳에서 도산 안창호와 '폰 가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우사 김규식 등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선교일기'와 '성장기', '여행기'와 '간증문'의 형식을 두루 갖고 있는 이 책에서 언더우드 여사는 '소년의 눈'을 빌려 식습관부터 예절, 각종 풍습 등 조선의 생활상을 상세히 묘사하는 한편,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다문화'에 대한 고민도 담아내고 있다. 서양인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던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에게 언더우드 선교사 부부의 아들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부부가 '전도 대상'인 조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더했을 것이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언더우드 부부는 당시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뜻이던 '조선'이라는 이름을, '선택된'이라는 뜻의 'chosen'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이곳을 마치 아브라함을 보내셨듯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보내기 위해 선택한 그곳, 그분이 그들을 위해 선택하신 그곳, 복 주시기 위해 선택하신 그 땅, 지구의 동편 대륙 모든 곳 가운데 가장 먼저 선택하신 택함을 받은 곳으로 여겼다. 전체적으로 여사의 조선에 대한 사랑과 소망이 따뜻한 필체로 담겨 있다.
글을 쓴 언더우드 여사는 미국 뉴욕주 알바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시카고로 이주했으며, 인도 선교사 친구를 통해 선교사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카고 여자의대에서 의학을 전공하면서 인도의 의료선교사가 되려는 소망을 가졌으나, 1888년 3월 조선에 도착하여 최초의 근대 서구식 병원인 광혜원 부인과에서 근무하며 명성황후 시의로도 일했다.
1889년 언더우드 선교사와 결혼해 남편이 설립한 고아원에서 영어와 산수를 가르치면서 조선 여성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조선에서 의료·교육·사회 사업에 전력하다 1921년 70세를 일기로 소천해 양화진외국인묘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