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캐나다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이잖아요"

이민 1.5세와 2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이다. 과연 내가 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하지만 글로벌시대에 정체성을 꼭 하나만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1.5세를 낀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랑스러운 미국인이자 한국인이다. 미국과 붙어있는 캐나다 교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인 교민으로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인물로 한인들에게 알려진 김연아 씨(외국명 연이 마틴). 그녀는 한국인이자 캐나다인으로 2인분의 삶을 사느라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울에서 태어나 7세 때인 1972년 캐나다로 이민 온 김연아 씨는 30여년을 캐나다인으로 살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후 중학교 교사로 14년 간 활동했으며, 캐나다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딸이 4살배기였을 때 딸은 그녀에게 한국, 한국 문화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때 그녀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자신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직면했고, 한국을 배우기 시작했다.

"1.5세, 2세는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도 크죠. 그리고 위기도 겪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인이자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죠. 한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어서 다같이 일할 때가 올 것입니다. 지금 한국인이자 캐나다인으로서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 중요하잖아요"

3년 전에는 자신을 아시아인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캐나다 인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녀에게 차별적인 시선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1.5세, 2세를 주축으로 'C3 소사이어티'라는 봉사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C3 소사이어티'는 한-가 양 커뮤니티 모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방면의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또 '캠프 코리아'라는 행사를 통해 캐나다에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20여년째 교사로 활동중이기도 한 그녀는 최근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 다민족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와 함께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포트무디 선거구 보수당 후보 당선돼 연방 의원직에도 도전하고 있다. 맡고 있는 직책만 해도 양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녀는 열정에 넘친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 중에 계획해서 한 것은 없어요. 하지만 무엇을 시작하든 하나님이 이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부모님을 통해 신앙을 배웠다. 김연아 씨는 이민 온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밴쿠버한인연합교회에 다니고 있다. 교회에서 늘 봉사하는 어머니, 그리고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 교회만을 고집한 아버지로부터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보고 가는 것"이라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밴쿠버연합교회가 세 교회가 모여 만들어진 교회인만큼 교회를 통해 유동적이고 열려있는 자세를 익히게 됐다.

"하나님께 가는 수 많은 길이 있죠. 저는 한 길만을 고집하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로부터 신앙에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되물어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열린 생각은 열린 자세를 낳는다. 삶의 태도에 있어서 갖는 유연성은 겸손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말씀과 기도와 함께 신앙을, 나아가서는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

현재 삶을 사는 지혜를 이제까지 겪은 모든 경험에서 찾는 그녀는 자신을 가리켜 "선생님이지만 영원한 학생"이라고 말한다. 이민자로서 한국인이자 캐나다인으로 경험했던 일과 가정 안팎에서 겪었던 경험은 늘 새로운 도전을 향해 가는 삶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한편 한인으로, 캐나다인으로서 두 사람 몫을 사는 김연아 씨는 1세에 대한 고마움을 빼놓지 않았다.

"1세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요? 1세들의 노고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더불어 제가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요."

1세들의 차세대를 향한 신앙과 삶의 계승이 자랑스러운 한인이자 캐나다인으로서 사는 맹렬여성 '김연아'라는 열매를 맺은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