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聖化)의 설교자' 박영선 목사(남포교회)가 고른, 설교사역 30주년 기념선집 두번째 주제는 '성화'이다. 첫번째 주제는 '믿음'이었고, 세번째 나올 책의 주제는 '교회'다.
이 설교집은 낯설다. 우리가 평소에 주일 강단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이야기들을 박 목사는 반복해서 꺼내기 때문이다. 설교에서 '축복, 성공, 위로' 대신 '죄, 실패, 시행착오' 등의 단어를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신앙이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가야 하고, 이를 위해 선택과 연습과 훈련은 필수라고 박 목사는 이야기한다.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나는 할 수 없다"고 울지 말고, 구원의 감격과 감사를 실천으로 이어나갈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신자'로서 변화를 촉구한다. 신자라면 자신의 문제에 연연해선 안 되고, 자신의 기분과 일을 뒤로 미뤄 놓고 주의 일에 앞장서야 한다. 신자는 '죄가 유혹하고 침투하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은 자들이다. 우리는 교회에 나오고 헌금도 잘 내고 봉사도 잘 하지만, '신자의 생활'로서는 총 하나 못 쏘는 군인처럼 살고 있다. 늘 하소연만 할 뿐 총을 어떻게 쏘고 어디로 총알을 넣는지조차 모른다.
이런 이들을 위해 목사로서 그는 성도들의 형제나 부모가 아니라, '무서운 선임 하사관'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죄를 아무리 안 지으려 해도 또 짓는다고 하소연이나 투정만 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라고 독려한다. 또 목사와 친해지는 걸 기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목사를 만나 강한 신자가 되려고 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여러 차례 고백하는 것도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박 목사는 자신의 목회가 '성공적'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목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아무런 답변도 해 주지 못한 채 "눈이 작아서"라고 말한 게 전부다. 자신의 목회에 대한 유일한 고백은 "천 길 낭떠러지를 걸어오는 기분"이다. "왼쪽도 오른쪽도 낭떠러지라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않으려는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성화' 자체가 그렇다. "자기 의를 꺾고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것", 그래서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안심보다는 자책이 많은 것이다. 성공이 잘못은 아니지만 자랑으로 갈 수 있는 데 반해, 실패는 은혜와 용서를 더 많이 구하며 하나님께 대한 의존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화의 길에는 더 유용하다.
"내가 내 자신에게조차 모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이 부족함과 못난 것이라기보다 나를 하나님의 일하심에 맡겨 그 하시는 일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의 '성화'도 의지로 하는 훈련과, 그 훈련마저도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는 은혜의 자리를 계속 오간다. 그러므로 자신이 '일꾼'이라거나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을 시키는 거라 생각해선 안 되고, 일을 주어서 우리를 고치려 하는 것 뿐이라 여겨야 한다.
한국교회 성도들에 대해서는 '홍해 해변에 횟집을 차려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재미있는 일침도 놓았다. 전도를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이것이 성화나 하나님 앞에 가는 궁극적 목표까지 삼켜버린 모습을 지적한 것. '애굽 탈출'은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가나안을 향한 시작에 불과한데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의 갈등 가득한 여정을 멈춰버린 채 '구원의 감격'에만 젖어 있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화 여정' 도중 아무리 한탄하고 좌절할지라도, 우리의 '영화(榮化)'는 보장돼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성화를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이를 알면 우리의 반응은 '에이, 바보같이 또 잘못했네'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 나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은 영원히 불변하기 때문이다.
'평생 성화가 무엇인지를 묻고 그 답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한 설교자의 절절한 이 고백'을 읽고 나면, 자신이 잘못 살아왔음을 느끼게 되고, 먼지 쌓인 성경을 찾아 꺼내 그 '달고 오묘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질 것이다. 결실의 계절을 앞두고 자신의 신앙을 「성화」의 거울로 비춰 보면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값 주고 사셔서 죄로부터 불러내신 하나님의 자녀들이 그 신분에 걸맞은 자로서의 수준으로 완성돼 가는 기쁨"을 누려 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엮은 조주석 목사는 "박영선 목사는 자신의 설교에 삶의 논리를 담고 있다"며 "그의 설교는 신학의 논리로 청중을 강요하지 않고,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 주시는 삶의 현실이 어떻게 일어나고 진행되는지 설명하려 애를 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