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연인·친구와, 성도들과 함께 읽을 만한 도서들을 자유·여행·은혜·모험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소개하고 있다. 세번째 ‘은혜’에 관한 도서는 삶과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故 안수현 청년의 <그 청년 바보의사, 그가 사랑한 것들(아바서원)>과 <바람 불어도 좋아(IVP)>이다. 두 권 모두 저자의 두 번째 작품들로, ‘전편(前篇)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전편까지 찾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 청년 바보의사’의 서재 들여다보기
신앙 서적, CCM, 클래식… 그의 ‘사랑’
‘그 청년’을 ‘바보 의사’로 만든 것은 신앙이었고, 그 신앙의 바탕에는 그가 읽었던 신앙서적과 그가 들었던 국내외 찬양, 그리고 클래식이 있었다.
<그 청년 바보의사, 그가 사랑한 것들>은 ‘크리스천 추천도서(음반) 목록’과도 같은 책이다. 신앙을 삶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한 청년의 ‘고군분투기’이자, 의학도와 군의관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묵상과 찬양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답안’이다. 추천자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유행성출혈열로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간 ‘그 청년’, 故 안수현 형제.
청년 안수현은 요즘 좀처럼 만나기 힘든, 환자의 가슴을 헤아리는 ‘참 의사’이자 주변을 늘 보살피는 ‘교회 오빠’였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살면서도, 교회에서는 외국 찬양집회 DVD를 통해 누구나 와서 예배드리는 ‘예흔’ 모임을 이끌었고, 틈틈이 썼던 음악과 책에 관한 글들은 전문가 수준이었다. 짧은 삶(만 33세)을 살다 갔지만 그의 글로 엮은 책이 벌써 두 권째 나올 수 있었던 비결.
아직도 그의 미니홈피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 종종 불교나 무(無)교 신자들도 그를 추억하거나 그의 글에서 받은 감동을 교류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생전 원하던 것이었다. 이렇듯 그의 다양한 시도들은 기독교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바쁜 병원 근무 중에도 1주일에 두 권 이상 책을 읽곤 했다.
“우리가 기독 지성에 무관심한 사이에, 악의 세력들이 그 틈을 파고 들어온다. 대학교에 들어오면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다. 신앙에 대해 궁금한 것들은 많은데, 논리적인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은 그럴듯한 논리를 전개하며 신앙이 약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회과학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번번이 물러설 수밖에 없다.” ‘그 청년’이 신앙서적을 탐독한 이유였다.
신앙서적을 고르는 방법도 친절히 안내한다. 우선 저자와 출판사를 먼저 살펴보되, 처음엔 믿을 만한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유의할 점은 커다란 주제(하나님 나라, 성령론, 종말론 등)에 대해선 저자마다 관점과 견해가 큰 폭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진 말아야 한다. 읽다 보면 취향에 맞는 저자나 주제를 발견하게 되고, 맛이 들기 시작하면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좋은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 마지막에는 ‘안수현의 서재’를 소개하며 그가 읽었던 책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선교사들의 순교를 다룬 <영광의 문>에 대한 그의 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하나님을 방패와 방벽으로 믿었던, 주님을 그토록 순진하게 사랑했던 그들이 왜 창에 찔려 죽도록 방치되어야만 했을까?” ‘그 청년’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장례식에 모인 4천여명 인파의 질문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하나님은 범사에 뜻과 계획이 있으시다. 이 일로 인생이 달라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고통 품고 진실하게 하루 살아가면
견고한 반석이신 하나님 발견한다
오랜 시간 투병하는 환자를 둔 믿음의 가족들에게, 첫 저서 <난 당신이 좋아>를 통해 “하루하루 사는 것이 믿음이라고, 해답은 없어도 살아 있는 것이 믿음이라고” 용기를 불어넣던 김병년 목사(IVF 전 대표, 다드림교회)가 ‘흔들리며 걸어가는 모든 인생에게’ 또 한 번의 응원전에 나섰다. 갈대밭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멋진 표지의 <바람 불어도 좋아>.
8년 전 셋째 아이를 낳은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180도 바뀐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감사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고통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하루하루 아픔 속에 삶을 견디며 깨달은 인생살이를” 담아내고 있다. 김 목사는 큰 반향을 일으킨 첫 책에 대해 “혹독한 삶이 쉰도 채 되지 않은 내게 책을 쓰게 했고, 필력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고통이 내 몸에 글을 새겼기에 몸으로 글을 썼다”고 말한다.
온몸으로 쓰여진 글은 온몸으로 읽어야 한다. 연약하지만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의연하게 맞서는 그의 모습은 ‘상한 갈대’였던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의 흔적’을 가졌다던 사도 바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도해도 낫지 않는 상황 때문에, 믿음에 대해 스스로 회의하고 주변에서 비난하기도 했다. 하나님이 가시가 되어 찌르는 아픔으로 괴로워하면서도, 하나님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고,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이전에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미숙한 채로 여기저기 바쁘게 다녔지만, 이제는 아내의 기저귀를 갈면서, 세 아이를 뒷바라지 하면서 ‘살인적인 고통을 견뎌낼 때 신학이 풍요로워진다’던 래리 크랩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은 행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거룩한 존재가 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고통보다 그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도구는 없다.”
그는 누워만 있는 아내를 통해 함께한다는 ‘임마누엘’의 의미를 한층 깊이 깨달았고, 가끔은 죽음을 그리워하면서도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결혼 서약의 의미를 되새긴다. 가장 내밀한 영역인 ‘부부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질병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는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제 아내가 병들어서 감사합니다”는 기도는 도저히 할 수 없다며 “좀 울게 내버려 달라”고 호소도 한다. “왜”라는 질문에선 비교적 빨리 벗어났지만, “언제까지…”라는 질문은 포기하기 힘들다.
저자는 “고통을 드러내기보다는 삼켜야 하고, 삼킨 고통이 삶을 삼켜 버려도 야멸차게 외면하는 이 거짓된 세대를 고발하는 심정으로”, “위선을 조장하는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고통을 드러내도록 도전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아픔을 숨기고 집안에만 은둔하는 환자가 아니라, 고통을 품고 진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견고한 반석이신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삶이라는 것 자체도 본래 불안한 법 아닌가.
“진정한 믿음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신실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고통도 삶의 한 모습이기에. … 그렇다. 하나님은 전능하시다. 고통 중에 거하시는 하나님이 우리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고통을 참는 데 전능하시다. 죄인들과 함께 사는 데 전능하시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흔들림 속 평안함’에 대해 묵상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