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공무원이 억울한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던 중,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변화되는 과정을 엮어낸 책이 발간됐다. 2000년대 후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변양호 신드롬'을 그대로 제목으로 옮긴 책, <변양호 신드롬>이다.
책 표지에는 '변양호 신드롬'을 이렇게 소개한다. "책임 추궁이 두려워 중요한 정책 결정을 꺼리는 보신주의를 뜻한다. 외환은행 매각사건 기소 후 금융공무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용어." 저자인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자신이 겪은 사건을 토대로 책에서 사법제도의 개혁을 외치며 자신의 무죄를 적극 항변하고 '변양호 신드롬'이 여전히 금융공무원들에게 작용하고 있음을 우려하지만, 그보다 '고난을 통해 우리 가족이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원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구속되고 나서 기적을 경험했다.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죄 없이 감옥 생활을 하는 처참한 고통을 당했지만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원수를 용서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검찰도 용서했다. 나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했던 김OO도 용서했다. 특별한 은혜를 받은 것이다. 고통이 축복이었다. 믿음을 갖게 되면서 주님께서 우리의 삶을 계획해 놓으셨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당시 '재경부 공무원 중 가장 잘나갔던 사람'인 그는 교회에 나갈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구치소에서 <쉬운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 자신이 '이성과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평소 이해되지 않던 성경이 술술 읽혔고 '믿음은 점차 나의 모든 것이 되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고통이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 기독교다. 역설적이다. 이 역설을 넘어서지 못하면 믿음을 가질 수 없다. 이 역설을 넘어서면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동행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두 차례의 구속을 통해 '사랑과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한 사형수와의 만남과 신앙서신 교환을 통해 구치소 생활을 "남는 장사"라고까지 말하게 됐다. 신앙은 그에게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며 일생을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구치소에 몇 달 더 있는 것이 그리 대수냐'고 자신을 달랠 수 있게 했고, '이렇게 하신 뜻이 있을 것'이라는 성숙한 태도를 겸비하게 만들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다시 구치소를 갔을 때도 "하나님의 계획을 인간이 알 순 없지만, 다시 보내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용서'로 '진실'을 덮어버리진 않았다. 저자는 김OO과 검찰을 용서했지만, 김OO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위증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용서를 했으면 그냥 잊어야지 왜 이런 일들을 하나? 한 마디로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식 보복이나 칠레에서의 대대적인 사면 방식 모두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투투 대주교가 제안한 방식은 과거의 잘못을 사면하지만, 진실은 밝히자는 것이다. ... 이 책이 과거의 잘못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저자는 재판 과정과 자신의 결백을 책에서 치밀한 논리로 주장하고 있으며, 조사받던 경험을 토대로 검찰개혁 방안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