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정을 가진 10명 중 4명의 여성들은, 어린 자녀를 기르는 '엄마'인 동시에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는 1960년대 11퍼센트에 비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로 현대 가족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 되고 있다.

수요일 퓨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경제를 유지해나가는 '가장'인 엄마들은 이전에는 대부분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싱글맘들이었지만, 최근에는 남편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가져오는 결혼한 아내들이라고 밝혔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 향상과 1960년대 여성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알파걸'이 대세라는 요즘 실제 '학사'학위를 소유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많은 실정이며, 결혼한 부부들 중에도 여성의 학력이 더 높은 비율이 1960년대 7퍼센트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23퍼센트까지 차지하고 있다.

꾸준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최근 불어 닥친 전세계적인 불황의 영향으로 남성들에게 고소득을 보장해 주던 제조업이나 건설업 분야에서 일자리들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사나 행정가, 사무원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은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게 된 것도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의 비율을 높인 원인이기도 하다.

인류통계학자들은 이런 변화들은 되돌릴 수 없는 것들로,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일하는 엄마들을 대신해 어린 자녀들을 돌봐줄 보육정책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싱글맘 가정 등 취약가정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 비해 가정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일반 대중들 역시 일하는 엄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에 응한 45퍼센트의 여성들은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낫다고 대답한 반면, 38퍼센트는 엄마가 일을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남성들의 경우는 아내들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자녀들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한 이들이 57퍼센트에 달했으며, 29퍼센트만이 아내가 밖에서 일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남녀간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대략 79퍼센트의 미국인들은 여성들이 이전의 전통적인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21퍼센트만이 어린 자녀들을 가진 엄마들이 밖에서 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답해 '가정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는 전통적인 아내의 역할'이 다는 아니지만 '자녀를 기르는 여성들의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도 않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퓨센터 사회 및 인류통계학적 변화 프로젝트의 부디렉터인 킴 파커 씨는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가족의 구조와 역동성의 드라마틱한 변화 안에서 보면 이번에 밝혀낸 사실은 그 일부입니다. 가정 내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계속 변해 왔습니다. 결혼의 비율이 줄었고, 가족들의 모습도 이전보다 많이 달라졌죠.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들이 많아진 것은 단지 더 많은 엄마들이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기여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죠"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체적으로 결혼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 40%의 출산은 결혼관계 밖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곧 싱글맘의 증가를 의미하고 있다. 대게 싱글맘들은 가정을 가진 여성들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고, 인종적으로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싱글맘들 역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 자녀들을 맡기고 산업전선에 뛰어 들지만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가정을 가진 여성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에서 18세 이하 자녀들을 양육하는 1,370만 가족의 여성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510만 가정 혹은 37퍼센트는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이며, 나머지 860만 혹은 63퍼센트는 싱글맘들이다. 같은 여성이 돈을 벌지만, 결혼한 가족의 중간수입이 8만 달러인 것에 비해 싱글맘들의 경우 겨우 2만 3천 달러에 불과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 및 공공정책 분야 앤드류 셜린 교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하는 엄마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이 거의 변화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일하는 엄마들의 증가는 가족을 배려하는 일터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싱글맘들을 위한 푸드스탬프나 보육비 보조 같이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가족 여행을 제공하거나,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들의 스케줄을 용인해 주는 것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터와 학교는 일하는 아빠, 가정을 돌보는 엄마의 모델에 맞춰져 있다. 이 같은 모델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회적으로 이들을 지지해 줄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연구는 2011년 센서스 데이터를 기초로 했으며, 4월 25-28일 사이 1003명의 성인들을 휴대전화나 유선전화로 인터뷰 한 결과다. 3.5퍼센트 내외의 오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