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치는 김세윤 교수. 그의 이름 앞에는 자주 ‘한국이 낳은 세계적 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약, 특별히 바울신학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국제학계에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그는,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신학자 중 하나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철해 교수(신약학,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회장)는 김세윤 교수에 대해 “그 분의 책 「바울복음의 기원」이나 「그 ‘사람의 아들’-하나님의 아들」 같은 책들은 복음서를 공부하는 이들에겐 필독서”라며 “국제 신학계에 잠깐 알려진 정도가 아닌, 매우 저명한 학자군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신학도 한국적 신학… ‘스타’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김세윤 박사는 한국신학계의 ‘스타’다. ‘한류’의 중심에 선 연예인이나 세계 스포츠 무대를 누비고 있는 유명 한국인 선수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들이 세계에 한국을 알리듯 김세윤 박사 역시 세계신학계에 ‘한국의 신학’을 알리고 있다. 김철해 교수는 “김세윤 박사가 세계에 한국만의 신학 혹은 한국적 신학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의 논문이나 책을 접한 세계 신학자들이 그것을 통해 한국 신학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세윤 박사.
(Photo : 기독일보) 김세윤 박사. 김 박사가 지난 4월 말에 미주두란노서원에서 칭의와 성화에 대해 강의를 펼치고 있는 모습.

김철해 교수의 말처럼 김세윤 교수의 신학을 ‘한국적 신학’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구 신학’에 가깝다는 평가들이 많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적 신학’이 반드시 ‘토착화 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 의미있는 부분이다. 많은 신학자들은 비록 서구의 신학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신학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그만의 화법과 시각으로 새로운 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한국적 신학’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적 신학의 발전을 위해선 제2, 제3의 김세윤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른바 ‘스타 신학자’들이 더 배출돼야 한국 신학계 전반에 일종의 자극이 생기고 이것이 또한 ‘한국적 신학’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찬호와 박지성 같은 선수들 덕분에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의 질적 향상이 일어난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지금 한국 신학계에서 ‘김세윤’과 같은 무게감을 갖는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국내에서 이름을 날렸던 신학자들은 이미 고인이 됐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경우가 많아, 현역 신학자들 중에서 국내·외를 아우르는 신학자를 찾기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제2의 김세윤, 왜 없을까

몇 가지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국내 신학계, 더 정확히는 신학교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교수들이 학문활동보다 ‘정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국내 신학교의 현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 신학대 교수는 “신학교의 이사들이 속된 말로 교수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 그런데 이 이사들은 대부분 목회자들”이라며 “객관성 있는 학문적 평가보다 ‘인연’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다. 신학교의 교단 배경이 크면 클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은 신학자들의 개인적 자질, 그 중에서도 ‘언어능력’ 때문이다. 앞서 김철해 교수는 김세윤 교수가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그의 학문적 성과와 함께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신학자들 중 상당수가 영어 등 외국어 구사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신학자는 “신학자 본인의 논문을 국제 신학계에 알릴 때도 그렇지만, 반대로 세계의 우수한 신학 논문들을 배우기 위해서도 외국어 능력은 필수”라며 “영어는 기본이고 독일어도 구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신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 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활발한 학문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와 관련, 한 신학대학 연구지원실 관계자는 “국내 학술지에 비해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도 국제 학술지에 게재될 논문이라고 하면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지만 신청자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스타 신학자’ 나오려면

한 신학자는 “국내 신학교들이 그 학교를 상징할 수 있는 교수들을 전략적으로 길러낼 필요가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반대학들을 보면 보통 한두 명씩의 대표 학자들을 그 학교의 소위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며 “단순 홍보 차원을 넘어, 국내 신학교 흐름이 지금의 교단 배경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갈 때 보다 더 학문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신학계의 지나친 ‘비판 성향’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한 신학자는 “학문에 있어 상호 비평은 자연스러운 부분이지만 국내 신학계는 교단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며 일종의 ‘깎아내리기식’ 비판이 많다”며 “신학 논문들을 몇 가지 정향화된 틀만을 적용해 판단하기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조적 성과물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