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윈터의) 기독교 문명운동사(예수전도단)>는 기독교 2000년사, 아니 ‘천지창조’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전세계 기독교 운동들을 거시적·역동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평생 세계 기독교 문명운동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이를 가르쳐온 랄프 윈터 박사는, 이 책에서 통찰력 있고 때로 대담하기까지 한 그의 ‘퍼스펙티브스(perspectives)’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은 선교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 접하는 그의 ‘미션 퍼스펙티브스’의 후속 과정에 속하며, 그가 평생 정리한 ‘글로벌 문명사’와 ‘세계 기독교 문명운동사’ 핵심 사상의 요약판이다.
그는 “서구 기독교 문명사를 배우라. 그러나 서구 기독교 문명에 머물지 마라. 서구 기독교 문명을 넘어서라. 글로벌 기독교 문명사의 새 장을 열어가라”고 촉구한다. ‘서구 기독교’의 세례를 받았지만, 과테말라에서의 10년 사역 덕인지 그의 시각은 이를 넘어서 있다. 특히 전작 <랄트 윈터의 비서구 선교운동사>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의 기독교 문명에 관심이 많다.
그의 세계관은 분명하다. “사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 하나님의 뜻에 반대하는 적대 세력을 인식하고, 창세기 1장 28절의 ‘문화적 명령(cultural mandate)’과 함께 ‘영적 전쟁’에 대한 명령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책 속에서 일관되게 펼쳐진다. 그의 이런 주장은 아우구스티누스 이후 기독교에서 ‘사탄’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진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사탄을 완전히 정복하셨기 때문에 더는 사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성경과 다르다(벧전 5:8)”.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목적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힌다. “그것은 바로 악한 자를 물리치는 것이다. 우리는 악한 자가 다스리는 세상을 탈환해야 한다.” 이 방대한 내용들을 다루는 이유는, “불가능한 꿈”,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주제”를 다루려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 관한 최신 정보들을 총망라하여 도출한 전반적·과학적 사실들이, 성경이 말하는 내용과 전혀 상충하지 않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독교가 사람들을 혹독한 가난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 등 ‘원수들’로부터 구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것으로 확장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수도원’에 주목한다. “수도원은 서구 기독교에 놀라운 축복이었다. 수도원은 내세 문제를 넘어 다양한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중세의 건축물, 도로, 교량, 교육, 정부 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았고, 이것들은 모두 수도원 운동의 산물이었다. 유전학, 해부학, 천문학, 일반 과학 등의 초기 업적도 모두 수도원에서 이뤄졌다.”
윈터는 선교를 ‘하나님 나라의 탈환 작전’으로 정의내리면서,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문화’이다. 그는 구약의 역사와 2000년 기독교 역사를 각각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 다양한 사건들은 ‘신앙 양식(信仰 樣式)’, 즉 문화의 차이 때문에 생겨났다고 말한다. “문화 양식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담는 질그릇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은 ‘성경에 나타난 성경적 믿음의 본질’이다.
기독교 문명운동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하나님의 영광을 복원하는 운동’이라 설명하면서, 그 미래도 전망한다. 먼저 과학과 신앙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설립된 무디 성경학교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며, 기독교 지도자 교육 커리큘럼을 개선해 처음부터 자질을 갖추고 은사가 있는 사람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또 신학교보다는 복음주의 대학교를 선호해야 한다.
복음주의자들을 향한 랄프 윈터의 마지막 외침은 “시야를 넓히라”는 것이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면전은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시야를 더 넓혀 사회 각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첨단 미생물학도 연구하고, 현실 정치에도 참여해야 한다. 새롭게 일어나는 기독교 문명운동을 위해 ‘미래의 기회를 포착하도록’, 우리는 그보다 더한 어떤 일이라도 감수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활동하는 악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므로, 여기에는 비기독교인들까지 동원해야 한다.
그는 날로 악해져 가는 세상을 그대로 수수방관만 하는 ‘내세지향적 신학’보다 더 나쁜 신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는 ‘매우 수동적인 신학’이라고 일갈한다. 그래서 윈터는 연구와 훈련을 독려한다. “하나님은 역사 안에서 그분의 목적을 성취하시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발전시켜 나가신다(God initiates and advances work in history to accomplish His purpose).”
함께 읽으면 좋은 도서
먼저 <기독교 문명운동사>에도 거론된 월터 C. 카이저의 <구약성경과 선교(CLC)>이다. 윈터의 책을 편저한 임윤택 박사가 번역한 이 책은, ‘이방의 빛 이스라엘’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민족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영원한 하나님의 선교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랄프 윈터도 주장했듯, 카이저는 구약의 목적을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오실 메시아’를 아는 구원 지식(saving knowledge)을 갖게 하는 것”이라 풀이한다. 멜기세덱을 시작으로 구약에서 하나님이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신 이방인들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구약, 특히 아브라함 이전의 창세기 1-11장과 시편에서 하나님의 선교 계획을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탁월했던 이방 선교사’ 바울이 ‘선교적 진군명령’을 받은 곳도 바로 구약이었다고 덧붙인다.
박영환 교수(서울신대 선교학)가 저술한 <네트워크 선교역사(바울)>는 ‘한국사와 중국사, 그리고 세계사’를 선교역사와 네트워크되도록 시도한 책이다. 교회사, 특히 선교역사를 위주로 서술하면서 장마다 교회사 및 선교역사,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 등을 연대순으로 비교하여 도표화했다.
저자는 ‘선교사(史) 교과서’처럼 시대별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간략히 정리하고 있으며, 부록을 통해 ‘복음주의 선교와 에큐메니칼 선교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미래 선교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하면서 ‘통으로 본 세계 선교역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