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보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어디에나 웃음이 있고,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배우 정애리(51)는 바로 그런 곳에서 35년을 살았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언제나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서.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사실 연기자는 막노동꾼입니다.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실은 늘 춥고, 배고프고, 잠이 부족해서 쩔쩔 매거든요 .…(중략)… 삶의 현장은 어디나 다 똑같지요. 어떻게 치장되어 있는가가 다를 뿐, 모두의 삶 안에는 기쁨과 아픔, 사랑과 미움, 고통 같은 것들이 공존하기 마련이니까요.”(「축복-그러나 다시 기적처럼 오는 것」 중에서)
정애리는 아름다운 배우다. 변하지 않는 아리따운 외모도 그렇지만 삶을 이해하는 그녀의 영혼이 그를 더 아름답게 한다. ‘봉사’는 지금에야 연예인들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정애리의 그것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무도 모르게, 오직 한 분만 바라며 해 오던 섬김, 그래서 그 분은 그를 많은 이들에게 드러내셨지 모른다.
‘왜 연예인들은 그렇게도 스스로 목숨을 버릴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언제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살아야 하는 직업, 그래서 민감해진 가슴에 어두움도 쉽게 물드는 게 아닐까’라는 것. 하지만 반대로 그 가슴은 남들보다 더 많은 빛을 품을 수 있으니, 그 빛을 나눠주고 살면 언제나 밝게 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바로 정애리처럼.
그녀가 가슴을 다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쓴 글, 그 글을 모아 「축복-그러나 다시 기적처럼 오는 것」(for book)을 펴냈다.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그녀가 매일 스마트폰으로 쓴 글과 또한 그것으로 찍은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져,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그 무게 이상으로 무거운 건, 글과 사진이 없는 여백에 채워진 그녀의 ‘사랑’ 때문이다. 이 세상 어딘가,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는 이들을 향한, 그 간절함을 담은…….
“참 힘든 시절인 듯합니다. 위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작지만 따뜻한 힘을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가진 소소한 행복들로 나를 더 단단히 무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소통이 삶을 한결 야무지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글의 끝자락에 ‘축복합니다. 아자아자, 파이팅!’이라는 순진무구해 보이는 주문을 붙여 놓곤 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힘이 나는 것 같았으니까요. …(중략)… 저의 수수한 이야기들이 무수한 씨앗을 퍼뜨려 당신의 가슴 속에서도 꽃으로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소박한 단편들을 묶어낸 제 마음이 한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이 책 목록 ‘제 편지 받아보셨어요?’ 중에서)
생각보다 정애리의 신앙은 깊고 또 단단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의 하나님은 시상식 수상 소감에 등장하는 정도에서 그치지는 않았다. 그녀의 남편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이사에 따르면 정애리는 밤낮없이 이어지는 바쁜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눈물과 함께 무릎을 꿇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잠이 모자랄 텐데, 차라리 잠이라도 잤으면…” 지승룡 대표는 의아했지만 이제야 조금 깨닫는단다. “아, 그 기도가 끈이었구나. 그와 하나님, 그와 생명을 연결하는.”
“크리스천이면 크리스천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주머니를 틀어 쥐고만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
내 것이 다 나만의 것이라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내 이름 빌려서 주신 것들을 열심히 나눠야 한다는 생각…….
덧없는 욕심으로 아까운 인생을 다 써 버리는 일 같은 것은 하지 말자는 소신을 품고 살지요. 이 모두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이 책 목록 ‘저는 하나님의 딸입니다’ 중에서)
한 없는 위로 속에서 책장을 넘기다, 아련함으로 덮은 책,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글귀…, “이 책의 저자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하하. 그래요, 당신은 하나님의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