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탄절 즈음, 헨델의 메시아 연주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일생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감격스럽게 전하고 있는 애틀랜타한인교회음악협회(이하 교음협) 이봉협 회장을 만났다. 2007년 중반부터 올해까지 약 5년간 묵묵하게 회장직을 섬겨온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된 교음협을 다시 세우고, 메시아 연주회를 애틀랜타 교계의 최대 음악행사로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이다.

인터뷰 가운데 교회 음악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교회 음악인들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여실히 드러낸 이 회장은 한편으로 한인 교회들의 교회 음악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 혹은 잘못된 이해에 대한 뼈아픈 지적과 안타까움도 가감 없이 밝혔다.

어린 시절, 우연히 발걸음 했던 어린이 예배에서 풍금으로 연주되던 찬송가를 듣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격과 은혜를 받아 교회음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이봉협 회장은 '메시아는 신앙인이든 아니든 한인사회에 지친 영혼들을 터치하고 심신을 정화하며, 평안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예술작품이다. 올 해는 처음으로 53곡 전곡을 연주하게 되는데 당시 영국 국왕이 2부 마지막 곡인 '할렐루야'를 듣고 크게 감동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음악성과 예술성, 종교성이 뛰어나다. 이번 연주회를 통해 지난 일년간 지친 심신을 달래고 영혼이 소생되며, 잃어버린 신앙을 회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아 자랑을 잊지 않았다.

교음협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동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단체다. 애틀랜타 이민사회가 막 성장점을 터트리고 활발하게 자라나던 20여 년 전, 음악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교회에서 다양한 사역을 맡고 있던 이들이 모여 교제와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교회 음악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시작됐다. 하지만 고된 이민생활 가운데 순수한 '음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신분 문제, 교회 음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부지런히 발 품을 팔고 동분서주한 노력의 결실로 이번 해에 비로서 임원진이 다 구성되어 내년부터는 더욱 체계적이고 의욕적인 사역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모임의 원동력은 교회 음악에 대한 사명감과 함께 교회 음악과 필요성을 목회자분들과 성도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교육하고자 하는 소망입니다. 크게는 메시아 연주회와 함께 교회협의회와 협력해 부활절 연합 기도회나 복음화대회 찬양팀, 헌금송 등 음악적인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으며, 작은교회들이 성가대나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고자 할 때 이론적, 음악적으로 기초를 잡아주는 일을 합니다. 작게는 음악인들간 정보 교환과 지식 공유, 한국이나 타주에서 오신 음악인들을 환대하고 교회를 소개해 주는 일, 그리고 크고 작은 지역 음악행사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봉협 회장은 '문화적 수준이 곧 선진국의 척도'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시각을 돌리면 풍성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권면했다.

"파산 상태였던 헨델이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메시아를 만들고, 초연했을 때 많은 귀족들이 감명을 받아 엄청난 도네이션을 했어요. 그걸로 그는 빚을 다 갚고 돈이 없이 감옥에 갇힌 죄수들 142명을 석방해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크게 발전했지만 경제만으로는 안돼요. 문화와 예술, 경제와 정치가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야 선진국이 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데 아직 우리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가까이 애틀랜타 심포니 연주회만 해도 일년 예산이 수 천만 불입니다. 음악회를 한번 할 때마다 델타나 코카콜라같은 큰 기업에서 아낌없이 후원합니다. 도네이션을 하면 텍스공제가 되기 때문에 이름도 알리고 일석이조니까요. 애틀랜타 교계를 아우르는 문화행사는 메시아가 거의 유일한데, 모든 재정이 도네이션으로 이뤄지는 만큼 관심을 갖고 십시일반으로 돕는다면 메시아뿐 아니라 더 풍성한 문화 행사가 생겨 애틀랜타 한인들의 문화수준도 향상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2009년, 이봉협 회장이 지휘한 제16회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연주회의 모습

교회 음악인으로 또한 교음협을 오랫동안 이끌면서 아쉽거나 힘들었던 점을 물으니, 이 회장은 '10%'를 꼽았다. 교회 예산 가운데 교회 음악에 '10%'만 편성해주면 교회도 부흥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통상 교회들이 음악 전공자들 가운데 반주자나 지휘자 정도만 파트타임으로 고용할 뿐이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나 독창자들은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하는데, 변호사나 세무사를 만나 시간당 돈을 내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음악 전문가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음악인들에게 교회 음악을 한다는 자부심을 살려주고, 다른 일에 밀리지 않고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을 우선시할 수 있게 하려면 교회의 배려와 재정적 지원이 든든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 음악의 청중은 사람들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중음악 역시 사람들의 몸과 혼은 즐겁게 해줄지 몰라도, 영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오직 교회 음악이며 찬양입니다. 우리가 몇 달을 연습하고 많은 돈을 들여 몇 시간 동안 연주하는 메시아가 낭비가 아닌 것은 바로 이 자리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시기 때문이죠. 이 가운데 우리의 영뿐 아니라 혼과 육도 치유되고, 하나님의 기뻐하심으로 은혜 받는 자리가 됩니다. 그런데 교회에 파이프 오르간을 놓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차라리 그 돈으로 선교하자는 말씀을 하는데 교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높이는 일보다 우선되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한 여인이 깨뜨렸던 향유 옥합처럼, 매 주일 우리의 온 정성과 사랑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하고 높이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꿈을 꿉니다."

앞으로 교음협의 비전은 무엇일까? 이봉협 회장은 협회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만큼 좋은 사무실을 하나 마련해 음악인들간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행정과 사역의 전문성을 더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아가 교회음악 센터를 만들어 극장식 연주홀을 갖추고, 매 주일 예배 장소로도 빌려주고 음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실비로 대관도 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교회 음악을 중심으로 하지만 음악 관련 세미나도 열고 개인 연주회, 독창회, 독주회 등 매일 매일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음악의 산실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교회 음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의 도움으로 교음협과 메시아 연주회가 잘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다. 앞으로 애틀랜타의 모든 교회들이 신령하고 풍성한 연주를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음악인들이 모여 돕고 봉사하는 교음협이 되도록 힘써 달려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