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 해질 때부터 유대인의 새해는 시작된다. 성경에 나팔절로 기록된 이 날부터 10일 후 대속죄일까지는 일년 중 가장 경건한 기간에 속한다. 10일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날은 대속죄일이다. 2012년 9월 25일 해진 후부터 대속죄일 (욤 키푸르)은 시작된다. 대속죄일은 세속적인 유대인일지라도 이 날만큼은 다른 날과 다르게 경건하게 보내려 한다. 많은 유대인들은 대속죄일에 하얀 옷을 입는다. 우리의 죄가 눈과 같이 정결케 되는 약속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너희 죄가 주홍 같을 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희리라 (사 1:18).

모든 일터는 문을 닫고, 많은 유대인들은 금식하며 회당 예배에 참석한다. 이스라엘 나라 전체에서 엄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평소엔 수 많은 차량들이 달리는 고속도로에도 이 날만은 텅 비어 있다. 간혹 차량을 볼 수 있다면, 경찰 순찰차, 앰블런스, 비상 차량들 뿐이다. 대속죄일에 대한 성경 기록은 레위기 23:26-32절에서 읽을 수 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칠월 십일은 속죄일이니 너희에게 성회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며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고 이 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은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 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쳐질 것이라. 이 날에 누구든지 아무 일이나 하는 자는 내가 백성 중에서 멸절시키리니 너희는 아무 일이든지 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그 거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니라. 이는 너희의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 달 구일 저녁 곧 그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을 지킬찌니라.

현대 유대인들은 대속죄일을 스스로 괴롭게 하며 (금식하는 것으로 이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호와 하나님 앞에 속죄하는 날로 보낸다. 그들은 대속죄일을 ‘우리의 모든 행위가 기록된 하나님의 책이 봉인되는 마지막 날’로 믿는다. 그래서 하나님의 책이 닫히기 전에 그들은 기도와 금식하므로 경건하게 보내어 하나님의 긍휼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보이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에 속죄함을 받는 죄는, 사람들 간에 지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께 지은 죄를 용서받는 날이다. 만약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지은 죄가 기억나면, 반드시 대속죄일 전에 그 사람과 화해하고 대속죄일을 맞아야 한다. 이 전통은 예수님의 말씀을 잘 기억나게 한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말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 5:23-24).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교육적 힌트를 얻으면 좋을 교육의 모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대속죄일을 기억도 못한다. 반면 현대 유대인들은 이런 좋은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 나오지를 못한다 (행 4:12, 요 14:6). 그 이유는 전통에 매어 있을 뿐, 그리스도를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버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고, 그리스도인들은 버린 것이 너무 많다.

탈무드에는 대속죄일에 노동과 25시간 먹고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금지 항목을 기록하고 있다. 씻는 것, 목욕하는 것, 몸을 치장하는 것, 향수나 몸에 무언가를 바르는 행위, 가죽 신발을 신어서도 안되며 부부 관계도 금지한다. 9살 미만의 어린이나 출산한 여인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만약 조금 나이든 어린이나 출산한 지 삼 일이 지난 여인이 금식하기를 원하면 허락한다. 그러나 금식을 깨는 일은 언제든지 그들이 원할 때에 중단할 수 있다. 병 중에 있는 환자의 금식은 랍비가 상담하여 결정한다.

정통 유대인들의 회당 예배는 아침 8시 또는 9시에 시작되어 오후 3시까지 계속된다. 3시 이후에는 집에 가 잠시 낮잠을 잔 후 5시 경에 회당에 다시 모여 해가 지기까지 마지막 회당 예배를 드린다. 오후 회당 예배는 해진 후 테키야 그돌라 (길게 부는 나팔 소리)를 부는 것으로 대속죄일 모든 회당 예배는 끝난다.

대속죄일의 오후 회당 예배를 콜 니드레 (Kol Nidre)라 부른다. ‘콜 니드레’라는 말은 ‘모두 맹세하기를’를 의미한다. 콜 니드레 기도는 유대인들이 하나님께 맹세하는 기도를 말한다. 하나님과 자신과의 관계에서 맹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약 제가 이 시험을 통과하면, 저는 앞으로 6개월간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 저는 첫 월급을 모두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만약 무엇이 이루어지면, 나는 무엇을 하겠다’는 기도이다. 콜 니드레 기도에는 공동체의 죄를 고백하는 기도도 있다. 죄를 고백할 때, ‘우리가, 우리가 이런 일을 했나이다’라는 식으로 죄를 복수로 고백한다. 모든 기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라는 표현이다. 또한 ‘우리가 해야 할 계명과 하지 말아야 할 계명을 어긴 것을 용서하옵소서, 우리가 알고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를 많이 고백한다. 이것은 구체적인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대부분 말로 지은 죄로써, 악하게 말한 것, 거짓 맹세한 것, 이 모든 죄를 라숀 하라아 (Lashon ha-Raa)라고 말한다. 이 말은 문자적으로 ‘악한 혀’를 의미한다.

욤 키푸르의 마지막 예배를 ‘네일라’라 부른다. 네일라 예배는 약 1시간 계속된다. 토라 통에서 토라를 꺼내어 계속 열어두는데, 그러면 예배에 참여한 사람들은 계속 서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참여자들은 긍휼을 기다리는 절박한 어조로, 문이 마지막으로 닫히는 심정으로 예배를 드린다. 욤 키푸르의 마지막 시간에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는 심정으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테키아 그돌라가 울리는 것으로 대속죄일의 모든 예배는 끝난다.

욤 키푸르가 끝나면 그때부터 유대인들은 초막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죄 사함(?)을 받고, 평안함으로 초막절을 준비하는 것이다. 각 가정마다 초막 (수카)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다음 날부터 이스라엘 전역 특히 예루살렘에서는 자동차 지붕이나 트럭에 종려나무 가지를 싣고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대인의 절기들은 성경에 기초하고 있지만, 절기를 지키는 방법은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 전통이 지나치면 본질에 어긋나게 되어 있다. 그 본질에서 어긋난 전통으로 말미암아 현대 유대인들은 여전히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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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