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0월 1일(월) 빌보트 차트 디지털 송 파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빌보트 차트 1위 석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뿐 아니다. 하루 전인 9월 30일(일)에는 영국 오피셜 차트 컴퍼니 UK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차트 진입 6주 만에 쾌거다. 말 그대로 싸이 세상이다. 강남스타일 유투브 영상은 ‘3억’ 조회수를 넘었고, 사상 가장 ‘like’가 많은 유투브 영상으로 기네스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동안의 한류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부 국지적 바람을 일으켰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세계적 돌풍이라 부를 만하다.

각종 ‘스타일’ 패러디 물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월스트릿저널에서는 꼭 봐야 할 강남스타일 패러디 5편을 뽑았다. 미국 TV는 물론 주요 언론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

애틀랜타까지 접수한 강남스타일

애틀랜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주말, 한인타운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둘루스에서 열린 ‘가을 페스티벌’에는 둘루스 고등학교 마칭밴드가 지역 고등학교 치어리더들과 함께 강남스타일을 연주하며 행진에 나섰고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환호했다.

지난 달 터너필드 구장에서 열린 애틀랜타브레이브스의 홈 경기에서는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 강남스타일이 방송됐고 전광판에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관중들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애틀랜타 유명 라디오 채널에서도 연일 강남스타일을 소개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으며 학교와 쇼핑몰, 주유소까지 강남스타일을 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지역언론에 따르면 심지어 맥도날드 햄버거를 감싸는 커버에 까지 싸이가 등장했다. 이 커버지에는 선글라스와 양복을 착용하고 말춤을 추고 있는 싸이의 캐릭터가 인쇄됐다.

이에 대해 한 한인은 “그 동안 미국 진출을 꾀하던 많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을 흉내 내는 모습에 그쳤다면, 이번 싸이의 성공은 자기만의 스타일, 즉 한국만의 스타일로 성공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미 주류 진출이 녹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장애물을 거쳐왔던 한인들에게 싸이는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싸이가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를 잇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강남스타일이 화제가 된 후, 한국 대전갈마감리교회 전도사에 의해 기획된 ‘교회 스타일’이 현재까지 8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후속으로 ‘수련회 스타일, 우리 셀 스타일’ 등 다양한 교회 관련 패러디물도 쏟아졌다.

하지만 교계의 반응은 조금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인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이기는 하나, 지나친 세상 문화 따라가기가 교회 문화로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의 한 교역자는 “경건치 못한 것을 재미를 위해 교회들이 꼭 패러디를 해야 하나?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도 얼마든지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문화를 대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 하기도 했다.

워싱턴제일장로교회 이정범 목사는 “이번 일로 미국 사회에서 한국 및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인종차별이 여전히 현존하던 일부 미국 대학의 한인 유학생들에게는 특히 희소식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적인 가사를 생각할 때 강남스타일이 교회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세상 문화로 치부하고 선을 긋기 보다 ‘대중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있는 창조 문화로서 받아들이고, 교회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 정원교회 주효식 목사는 칼럼을 통해 “이 열풍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국인을 통한 복음 전파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선용케 하시려는 하나님의 선하신 의도와 목적하심이 있음을 생각하게 됐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주 목사는 “세상 대중을 향한 하나님 사랑의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더 이상 기독교 문화는 세상 문화의 현장에서 독립을 고수하기 위해 고립되어 있어서는 안 되며 도리어 대중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있는 창조적 문화로서의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며 기독교계의 세상 속 영향력 증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