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기억나는 표어가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 천불. 100억불 수출달성. 1981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경제의 목표로 정한 액수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때에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 포스터 그리기도 많이 했고 글짓기도 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에서 1960년초 일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였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낮은 숫자다. 한국은 세계에서 최빈국이었고, 선진국의 무상원조에 의존해서 연명했었다.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통해서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15번째의 경제강국이 되었다.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무엇이 이런 기적을 가능하게 했는지는 당연히 연구대상이다. 가능하다면 모두가 베끼고 싶어하는 모델이다.

경제발전을 이야기할 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술혁신이다. 하지만 한국은 혁신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질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 가장 중심에는 강력한 리더쉽이 있었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리더쉽을 군사혁명을 통해서 얻었다. 의회민주주의 통해서는 그런 리더쉽이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론도 크다. 경제발전을 담보로 잃은 것도 많다. 인권이 유린되었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온 국민이 <무엇이든 하면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무장했다. 군복을 입지 않았을 뿐 모두가 군인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 이런 정신은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인구가 5천만의 작은 나라 국민들이 터전을 마련하고 살지 않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어디가나 <킴스>라고 이름 붙은 작은 가게 하나 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얻은 것이 많은 만큼 잃은 것도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목표지향주의와 성과주의 사고방식이다. 소위’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결과만 좋으면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된다.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천하의 역적으로 취급받는다. 2등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여기서 나온 발상이다. 흔히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을 하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다양성의 추구를 뜻한다.

성경의 가르침은 다르다. 방법과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성경의 주제는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좀더 효과적인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길을 알게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길이란 하나님의 방법과도 같은 뜻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하나님의 뜻, 목표를 이루어 드리기 위해서 나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옳은 일을 했다고 스스로를 자위한다. 지금은 많이 잊혀지고 있지만 한때 WWJD (What Would Jesus Do?), 이럴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는 질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행으로 끝나서 못내 아쉽다. 오히려 매순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나의 선택의 결과들이 모여서 나의 인생이 된다.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더라도 운동선수가 근육을 단련하듯이 우리의 영적인 근육을 단련할 수 있게 된다. 근육이 단련되면 좀더 멀리 뛸 수 있고, 좀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